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의 참정권 제한에 대해 사실상 위헌결정을 함에 따라 올 대선부터 재외국민의 선거참여가 보장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7년과 2002년 두 차례의 대선에서 당락은 불과 수십만표 차이에 불과했기 때문에 재외국민의 선거참여는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 대선 투표 가능한지 초미 관심=정치권에서는 재외동포 참정권 부여 등의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이 논의가 급진전될 경우 당장 올 대선에서도 재외국민의 선거참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열린우리당 김성곤ㆍ정성호 의원과 한나라당 홍준표ㆍ유기준ㆍ김독룡 의원 등이 발의한 여러 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각 당의 이견은 여전하다. 특히 투표권 부여 범위를 놓고 각 당간 계산이 크게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여당 측은 ‘유학생과 주재원 등 일반 해외체류자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단기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대선뿐 아니라 지역구 선거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 해외체류자로 제한하든 영주권자로 확대하든 최소 114만명의 유권자가 추가되면서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외국민의 특성상 기권율이나 투표 불참률은 국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헌재 역시 “법률조항은 위헌이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되면 올해 말로 예정된 17대 대통령 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법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충분한 법적ㆍ기술적 대책을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유보입장을 보이며 오는 2008년 12월31일까지 개정입법 조치를 하도록 했다. 결국 연말 대선과 총선 등에서 어떤 형태로 선거권을 행사하게 될지 여부는 추후 결정될 전망이다. ◇재외동포 기본권 확대 계기=헌재의 이번 결정은 재외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재외국민의 범위조차 명확하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 따라 재외국민의 국내 선거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영향력도 막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미 버지니아 총격사건의 주인공인 조승희씨의 경우에도 영주권자로 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사실상 미국사회에 편입된 사람은 한국인인지, 한국에 귀화한 동남아인이 한국인으로 대우받고 있는지 등의 논란이 있었으나 헌재 결정으로 새로운 시각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헌재 결정 뭔가=헌법재판소가 28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조항은 선거법 15조 2항 1호, 16조 3항, 37조 1항 중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자’에 관한 부분, 38조 1항 중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등록이 된 투표권자’에 관한 부분, 국민투표법 14조1항 중 ‘그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된 투표권자’에 관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선거권 제한은 그 제한을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개별적ㆍ구체적 사유가 존재함이 명백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으며 기술상의 어려움이나 장애 등의 사유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거의 정당성 확보나 기술상의 어려움 등은 국가가 해결할 일이지, 이로 인해 ‘재외국민 또는 국외거주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재외국민의 기본권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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