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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이 “더 이상 선박수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 선박수리 사업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박수리를 시작한 지 30여년 만이다. 29일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21일 크레인선인 ‘설악호’에 대한 선박수리 작업을 마지막으로 지난 30년 간에 걸친 선박수리 사업을 포기한다”며 “앞으로 신조부문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선박수리 사업에서 손을 떼 사실상 현대미포조선이 국내에서는 마지막 대형 수리조선소로 남아 있었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을 중심으로 일감이 넘쳐나고 배를 지을 도크는 부족한 상황에서 굳이 경쟁력이 없는 선박수리업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려 수리사업 부분을 정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현대미포조선은 앞으로 중형 컨테이너선이나 석유제품운반선의 건조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내달 초 선박수리 도크를 개조해 만든 건조도크에서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첫 건조할 예정이다. 다만 현대미포조선은 국내에선 수리조선에서 손을 떼지만 베트남 현지법인인 현대-비나신조선소를 통해 선박수리업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수리 사업은 기초적인 기술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베트남ㆍ방글라데시가 무섭게 선박수리ㆍ해체사업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이나 베트남 등은 최근 값싼 인건비 등을 무기로 선박수리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어 전세계 선박수리 물량이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다. 한편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75년 설립이래 줄곧 선박수리를 전문으로 취급, 지금까지 수리 8,040척, 개조 175척 등 총 8,200여척의 선박을 수리하거나 개조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중국과 동남아 업체들이 저렴한 인건비로 선박수리업에 잇달아 진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겨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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