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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으로 춘천이나 남이섬 등 드라마 촬영지에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와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제 2의 겨울연가를 꿈꾸며 드라마 촬영 유치에 나선 지자체들이 경제 활성화와 지역홍보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드라마 ‘불멸의 영웅 이순신’이 촬영되고 있는 전북 부안군은 비수기철인 겨울에도 촬영현장을 보려는 외지 관광객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부안군 박찬구 영상지원계장은 “해안절경으로 유명한 이 지역은 겨울철이면 관광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강했으나 지난해 9월부터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하자 예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월부터 지금까지 전라좌수영을 재현한 격포리의 세트장에 63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며 “이들이 뿌린 경제적 가치만도 27억원에 이를 정도로 한마디로 수지맞는 장사”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처럼 두 마리 토끼잡기에 나선 부안군이 촬영 유치를 위해 지불한 비용도 만만치는 않았다. 부안군은 이 드라마 촬영을 유치하기 위해 350억원에 이르는 드라마 제작비용 가운데 50억원을 전북도와 공동으로 지원했다. 또 전북개발공사의 협조를 받아 5,000평에 이르는 전라좌수영 세트장 부지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기도 했다. 올해를 ‘완도 방문의 해’로 정한 완도군도 드라마 ‘해신’의 촬영지로 알려져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완도군은 드라마 촬영지나 촬영세트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전남도와 공동으로 50억원의 자금으로 완도읍 대신리 소세포 오픈세트장과 군외면 불목리 원불교 완도청소년훈련원에 각각 1만6,000평씩 총 3만2,000평에 이르는 대규모 ‘해신’ 세트장을 만들었다. 지자체로서는 다소 무리한 지원일 수도 있지만 부안군과 마찬가지로 완도군 역시 기대하던 효과가 서서히 일면서 반색하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외지 번호판을 단 승용차들이 촬영장으로 몰려들어 군청내 공무원들이 조를 짜 촬영장 주변의 주차장을 정리할 정도”라며 “숙박업소나 음식점들도 못처럼의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일본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엔닌 스님이 드라마에 등장하면 외국, 특히 일본관광객들이 크게 몰려들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부안군과 완도군은 드라마 종영이후에도 이 세트장을 영구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투자한 이상의 경제 효과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드라마 제작사들이 지자체들의 촬영지 유치열기를 이용, 너무 많은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지자체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않으면 반짝 특수에 그칠 수 있어 세트장과 인근 지역을 광역관광권으로 묶는 체계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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