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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名博수여식 '파행'
입력2005-05-03 06:08:55
수정
2005.05.03 06:08:55
고대생 100여명 반대시위로 재단이사장실서 약식 거행
‘과연 이정도의 평가밖에 못 받아야 하나’
29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행사가 학생들의 거센 반대시위에 막혀 초라한 학위 전달식만으로 끝났다.
이 회장 일행이 도착하기 전인 오후 4시부터 고대 사범대 학생회 및 ‘다함께 고대모임’ 소속 100여명의 학생들이 인촌기념관 앞에서 이 회장의 박사학위 수여를 비난하는 피킷팅을 펼쳤다.
이 회장 일행은 오후 5시로 예정된 행사시간보다 15분 가량 늦게 인촌기념관에 도착했으나 이 때는 이미 삼성 직원들과 시위학생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시위단을 뚫고 인촌기념관으로 들어가려는 이 회장 일행과 학생들의 실갱이로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아수라장이었다. 결국 이 회장은 인촌기념관 안의 재단이사장실로 자리를 옮겨 학위를 받는 것으로 갈음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시위현장을 바라보면서 “학생들의 반기업정서가 이 정도 일 줄이야…”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약식 학위수여식을 마친 이 회장은 식장 정문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는 시위대를 피해 오후 7시15분께 인촌기념관을 빠져 나와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타고 총총히 학교를 떠났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공’은 살피지 않고 ‘과’만을 문제삼은 학생들의 단견도 단견이지만 아무런 사전 대비도 없이 행사를 치르려했던 고대측도 문제”라며 “글로벌 리더의 한사람으로 꼽혀온 이 회장에 대한 고대생들의 푸대접은 세계적인 망신살”이라고 꼬집었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단촐한 박사학위 수여식을 서둘러 마친 후 “굳이 안 받으시려는 분을 모셨는데 이런 불상사가 생겨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건희 회장 대신 홍라희 여사가 인촌기념관에서 기념만찬을 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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