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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그룹/“편안·털털” 서민적인 두꺼비가족(재벌)
입력1997-03-07 00:00:00
수정
1997.03.07 00:00:00
이용택 기자
◎각종 모임 활성화 「함께하는 문화」 중시/공격적 사업다각화 “도전·혁신” 창조나서진로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른게 「두꺼비」다.
요즘이야 소주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얼마전만 하더라도 주당들에게 소주하면 으례 두꺼비가 그려진 진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두꺼비는 갓 결혼한 여인들에게 『떡 두꺼비같은 아들을 낳아라』고 말할 정도로 복을 가져다 주는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순박하면서도 강직한 이미지가 강하다. 진로의 트레이드마크가 그렇듯 진로맨들에게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진로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어느 그룹보다 편안하고 털털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서민적인 분위기가 나 부담스럽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진로에 대한 이같은 이미지는 지난 70여년간 소주를 주력으로 한 사업구조의 영향이 크다. 진로의 역사는 지난 1924년 창업주인 고 장학엽 회장이 평남 용강에서 진천양조회사를 차리면서 닻을 올렸다. 진로소주는 그룹발전의 버팀목역할을 해왔다. 특히 소주가 고급주보다는 대중주, 서민주로서 부담없이 즐겨왔던 것도 진로의 이미지를 이같이 형성하게 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주는 혼자 마시기 보다 함께 어우려져 마시게 된다. 그래서 진로는 다른 그룹보다 「함께 하는 문화」가 강하다.
진로는 각종 행사에서 「가족」이란 단어를 유난스레 많이 쓴다. 모든 임직원이 참석하는 「진로가족체전」을 비롯해 부서별 워크샵인 「가족훈련」, 직원자녀들에 대한 「진로가족자녀 해외연수프로그램」「진로가족잔치」등…. 여기에 지난 95년 그룹교육연구원이 세계화 인력육성 등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름도 「함께 합시다」다. 한가족문화가 강조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룹은 직원들 경조사에는 술을 무료로 제공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여한다. 진로는 어느 그룹보다 퇴직자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우선 퇴직임원들의 모임인 「진가회」가 있고 퇴직사원들의 모임인 「진우회」도 운영되고 있다. 진로는 「한번 진로인은 평생 가족」이라는 취지에서 서초진로단지내 「진우원」이라는 사무실을 마련해 퇴직자들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문화가 형성된데에는 「인간중심」의 경영이념도 무관치 않다. 진로는 「인간중심」「신용본위」「사회책임」등 3대경영이념중 인간중심경영을 제일로 삼고 있다.
회장직소제·진로광장·가족훈련등 상하간·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활성화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진로는 보수성향이 짙은데다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아직 주류중심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때 삼학소주와 사운을 건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그 이후부턴 철옹성을 구축, 비교적 손쉬운 장사를 해 외부의 도전에 대한 대응이나 경쟁의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들었다. 실제로 진로소주는 80년때 후반까지 현금을 줘야 사는 말그대로 「배짱장사」여서 특별한 영업력이 없어도 될 정도였다. 여기에 업적보단 인정주의성향이 강했다.
40대의 장진호 회장이 추진하는 도전과 혁신의지도 바로 이런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88년 1월 그룹회장 취임일성으로 제2창업을 선언한 장회장은 이후 기존 사업구조의 틀과 경영문화를 일신하는 혁신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사업측면에선 「수성」이 아니라 공격의 길을 택해 유통·맥주·제약·전선·케이블TV·환경·정보통신등으로 무서운 속도로 사세를 넓히고 있다. 특히 진로는 세계화를 위해 중국·캄보디아등지의 자원개발과 해외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진로의 세계화의지는 지난해 말 전계열사를 ▲물 ▲환경 ▲유통 ▲상사 및 첨단산업등으로 사업구조조정을 하면서 장회장이 밝힌 『2010년 매출목표 38조원중 절반이상을 해외에서 벌어 들이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있다.
사업영역확장 못지않게 경영혁신작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급여·승진의 남녀차별철폐(93년) ▲중간관리자이상 직급의 경우 분기당 업무관련 도서를 1권씩 읽고 보고서를 제출토록하는 독서통신교육제(95년) ▲발탁인사제(95년) ▲인적자원 데이터베이스화(96년)등. 여기에는 정실과 온정·연공서열주의 등을 배제하고 철저한 능력중시 인사를 시행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혁신적인 조치다.
이와함께 지난해 자녀 유치원 입학금 전액지원·대학자녀 학자금지원확대·직원가족사망시 장례지원제 등 신복지제도를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세계화에 걸맞는 신진로문화를 형성하겠다는 장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볼수있다.
진로는 70여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장회장은 45세로 아직 젊은 오너다. 젊음은 도전적이고 형식과 격식을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 진로에도 이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장회장은 지난 88년 회장 취임식에서 『젊은 만큼 일을 많이 해야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금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회장주재로 매월 한두차례 열리는 사장단간담회외에 현안별로 임원회의를 수시로 갖고 새벽에 사장단을 소집, 회의를 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일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형식을 싫어하는 성격탓이라는 것. 이같은 「형식파괴」「도전정신」은 장회장체제 10년만에 자연스런 신사풍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진로의 설명이다.
하지만 진로의 그룹매출 3조5천억원(96년기준)중 소주·맥주등 주류매출은 전체의 35%로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진로맨들의 문화도 이와 연관성이 깊을 수밖에 없다.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진로의 혁신방향을 알 수있게 하는 대목이다.<이용택>
◎우리회사 명소 「진로광장」/본사 구내식당서 운영/술·안주 무료제공/상하 터놓고 대화만발
술회사라는 특성 때문에 진로에는 술을 이용한 독특한 제도가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로그룹 본사 구내식당에서 운영되는 「진로광장」이다. 격주 금요일마다 술과 안주를 무료로 제공하고, 상하간에 격의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영시간은 하오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2시간.
지난 95년부터 주력사인 (주)진로에서 운영하는 이 광장은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되며 휴가철·겨울철에는 일시 문을 닫는다.
이곳에서는 카스 생맥주와 체리·레몬소주, 안주가 무제한 제공된다. 내부는 현란한 조명시설과 노래방시설을 구비, 여타 맥주광장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낙서판도 마련돼 있어 직원 누구나 가슴에 담겨있는 의견을 마음껏 적을 수있다.
각 부서의 팀장 및 임원들은 순서에 따라 의무적으로 참가해 직원들의 대화를 듣고, 레크레이션 강사를 초빙, 함께 노래하고 즐기며 재충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술회사는 건배어도 다르다/해외사업 의지담아/“뜻모아 하나로”/“힘모아 세계로”/각종 술자리서 사용
진로그룹의 21세기 경영전략에서 키워드는 「세계화」다.
진로는 오는 2010년의 매출목표 38조원 가운데 절반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는 야심찬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앞으로 주류의 세계화와 함께 환경과 수자원·의료기기·멀티미디어·자원개발등의 해외사업을 적극 전개, 전세계를 사업무대로 한 우량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
장진호 회장은 특히 경제개발과 성장잠재력이 큰 오지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오지경영론」을 주창하고 캄보디아등의 자원개발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진로의 세계화 의지는 직원들의 회식자리에 가보면 쉽게 찾아 볼수있다. 세계화의 의지를 담은 건배어로 대부분의 회식행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뜻모아 하나로, 힘모아 세계로」가 바로 그것이다.
진로는 술자리에서 선창자가 『뜻모아』하면 다른 사람들은 『하나로』라고 외치고, 또 『힘모아』하면 『세계로』로 답한다. 직원 회식등 자체행사에서는 대부분 이 건배어가 행사의 시작이다. 진로는 지난 95년 세계화분위기 조성 및 의지를 표출하기위해 이같은 건배어를 만들어 각종 연회음주시 사용토록 권장했다. 이젠 직원들의 술자리행사에서는 자연스럽게 이 건배어를 사용하고 있다.
「뜻모아 하나로, 힘모아 세계로」를 외치면서 진로인들은 웅비하는 두꺼비 진로를 가슴에 새기고 세계화의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는 것이 그룹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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