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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볼모 된 원전정책, 정치권 입김에 휘둘릴 우려

원전 지지한다던 김무성, 부산선 '고리 1호기 폐쇄' 시사

월성 1호기는…,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2012년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뒤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허가 여부를 논의했다. /=연합뉴스


金대표, 정부 입장이라지만

"2차 연장신청도 안했는데…" 갑작스런 발언에 산업부 당혹

총선 겨냥 민심 눈치보기가 올바른 정책 결정 가로막아

원안위 독립성 훼손 비판도


부산 고리1호기의 수명 재연장 추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돌연 '폐쇄'를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의 기류를 파악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전 수명 재연장 여부는 안전성과 경제성, 주민 수용성을 모두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아직 2차 연장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도 정치권에서 불쑥 '폐쇄' 발언이 나오면서 원전정책이 정치권 입김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당·부산시 당정협의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는 중요한 문제로 정부의 입장을 파악해보니 부산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고리1호기의 폐쇄 시기에 대해 "김 대표가 '타 지역의 원전 입지와 연관돼 있다. 다른 지역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발언은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당초 예상과 달리 전력 수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데다 내년 총선을 감안해 지역 민심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평가 중이어서 현재까지 계속운전 신청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한수원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경제성과 지역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운전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설계수명 30년을 다해 같은 해 12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오는 2017년 6월18일까지 재가동된다. 따라서 6월17일까지 정부가 재연장 신청을 하지 않으면 폐로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반대로 연장 신청을 하면 계속운전 여부를 놓고 독립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고리1호의 운명이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경위야 어떻든 김 대표의 발언은 원안위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국가 전력정책의 일부로 여러 가지 지표를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며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섣부르게 밝힌 것은 국가운영자로서는 부적절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치권은 원전정책과 관련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여 질타를 받았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한수원은 고리원전 1호기를 계속해서 운영하는 쪽에 무게를 뒀고 김 대표도 원전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한 심포지엄에서 "원전에 대해 무조건 믿고 있는 입장"이라며 "우리의 국익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요동치자 여당의 기류도 변화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대부분의 원전이 영남지방에 위치해 있고 영남은 여당의 텃밭인 만큼 무리하게 수명연장을 밀어붙여 주민들의 눈밖에 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부산은 김 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노후원전으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는 고리1호기와 함께 월성1호기 역시 지역에서는 폐쇄 여론이 높은 편이다. 고리1호기 재연장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이 대부분인 부산, 울산, 경남(김해ㆍ양산) 지역 국회의원 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도 응답자 17명 중 16명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도가 역대 최악을 보이고 있고 연말정산과 저가담배 등 민심이반을 불러일으키는 실책이 잇따라 당의 고민이 크다"며 "설 명절 떠나가는 민심을 확인한 지역구 의원들은 원전만큼은 지역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표리부동이 올바른 정책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원전은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 기술적 타당성, 연료수급의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정치권 정쟁에 휘말리다 보면 미래를 위한 정책적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전 논란은 이미 정치권의 핫이슈가 된 지 오래다. 다만 지금까지의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 성격이 옅어지는 대신 총선이 다가오면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표퓰리즘이 덧칠해지는 모양새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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