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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를 즐겨 입는 직장 여성 김보경(36)씨는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다. 옷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SPA 제품을 택하는 대신 안경, 가방, 슈즈, 액세서리 등의 패션 잡화는 심사숙고해 고르는 편이다. 김씨는 "옷보다 잡화에 신경쓰면 적은 비용으로 스타일의 변화를 손쉽게 연출할 수 있다"면서 "요즘처럼 평범한 실루엣과 무채색에 가까운 컬러가 주류를 이루는 '놈코어' 트렌드에서 '패션 액세서리' 만으로도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옷보다 잡화' 열풍이 거세다. 최근 명품만을 쫓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실속형 구매 패턴이 강세를 띠면서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한 잡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8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복 성장률이 6.4%에 그친데 반해 패션 및 액세서리 잡화는 각각 12%, 12.4%, 남성 잡화는 24% 늘었다. 패션업계가 불황의 직격탄에 신음하는 가운데 유독 잡화만이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자 연초부터 신규 브랜드 론칭이 이어지는 한편 기존 잡화 라인은 강화되는 모습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코오롱FnC의 '슈콤마보니'는 지난 5일 청담점에 젊은 층을 겨냥해 세컨드 라인인 '슈퍼콤마비'를 론칭했다. 슈퍼콤마비는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기본아이템에 로고, 심볼, 타이포그래피 같이 개성 강한 요소를 가미해 스트리트 감성의 스타일을 제안하는 유니섹스 멀티 패션 브랜드다. 트렌드에 민감한 10대 중반부터 자유분방한 마인드의 30대까지를 핵심 고객으로 삼고, 주요 제품군의 가격을 10만~20만원대로 낮췄다. 스니커즈 등 슈즈의 비중이 40%로 가장 크고 여행·애완동물·문구류 등 생활용품 아이템도 갖췄다. 벌써부터 백화점들의 러브콜이 쇄도해 올해 13곳에 입점할 예정이다.
잡화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인 현대백화점 계열의 한섬 '덱케'는 남성 전용 '아델 라인'을 이달말 출시한다.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의 남성들이 잡화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남성들로부터 호평받은 덱케 클러치 제품군의 경우 남성 구매 비중이 28%나 됐다. 아델라인은 덱케 고유의 컨템포러리 콘셉트를 유지하되 다양한 액세서리에 관심많은 20~40대 남성 고객을 위해 토트백, 백팩, 클러치 등 50종을 선보인다. 기존 덱케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신세계 영등포점을 시작으로 주요 백화점 10여 곳에 덱케 신규매장을 열어 유통망을 기존의 2배 이상인 30여개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섬 관계자는 "프랑스, 영국, 중국 등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F가 운영중인 미국 컨템포러리 브랜드 '빈스'도 핸드백 컬렉션을 론칭하며 시장 확대를 꾀한다. 최고급 이탈리아산 가죽을 사용해 섬세하고 정교한 공정을 거친 핸드백들은 간결하고 절제된 디자인이 최근 트렌드에 걸맞는다는 평가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낸 '시그니처 컬렉션'과 강렬한 컬러의 '모던 V' 라인으로 이뤄졌다.
SK네트웍스가 전개하는 클럽모나코는 다음달 '슈즈 컬렉션'을 론칭하고 잡화 시장에 뛰어든다. 1970년대 가구와 도시적인 엣지가 가미된 전원풍의 집에서 영감을 받았다. 데님, 위빙, 라피아를 사용한 소재가 사용됐고 펌프스, 샌들, 슬링백, 스니커즈 등 총 13모델 14개 제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일부 제품이 출고됐는데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일모직도 지난해 말 고희진 빈폴액세서리 팀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며 액세서리 사업 강화를 알렸다. 올해는 미니 사이즈가 강세를 띨 것으로 보고 지난해 F/W에 완판된 럭키백의 미니사이즈 버전인 '럭키 베이비'의 봄 출시에 앞서 사전 예약에 나섰다. 제일모직은 시즌 핫 트렌드 컬러인 민트와 코랄 핑크의 럭키백과 체인스트랩을 가미한 럭키 미니, 7가지 컬러의 럭키 베이비, 컬러 블록의 세련된 럭키 숄더백까지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제품을 쏟아내며 잡화 열풍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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