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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고공행진에 고삐풀린 물가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조짐<br>당분간 고유가…10월전후 배럴당 50弗 전망<br>공공요금 인상대기등 물가압박 요인도 산적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한 가운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에 진입, 경기가 침체하면서 물가가 오르는(고물가-저성장)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배럴당 44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고유가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하절기 공급차질에 따른 농산품 가격 상승,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등 앞으로도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들이 산적한 상황이어서 이 같은 논란은 하반기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6월 중 잠시 주춤하던 유가 상승세가 7월 들어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6월에 전월 대비 소폭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생산자물가와 원재료 및 중간재 가격도 7월 중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일 국제유가는 미국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테러공격 위협 경고로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간외거래에서 배럴당 43.92달러로 지난주 말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유가상승은 세계경제 회복기조로 원유수요가 늘고 있지만 신규 유전개발 차질로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며 “계절적 요인 등으로 원유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올 10월 전후로 배럴당 50달러선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정의한다면 현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맞다”며 “경기가 살아나면 물가가 오르는 것이 보통이지만 현재 물가상승은 유가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산유국에 불필요한 세금을 납부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물가’ 보다는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이 1년째 콜금리를 3.75%로 동결하고 있는 것도 유가상승 등으로 물가가 들썩이고 있지만 아직 내수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아 금리를 성급히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시장에서는 오히려 금리인하 쪽에 ‘베팅’을 하면서 2일 3년물 국고채 금리가 4.07%까지 하락했다. 환율정책 역시 물가보다는 ‘수출기업 밀어주기’에 힘이 실려 있다. 유가상승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됨에 따라 정부의 ‘원화절하(환율절상)’ 기조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들은 제품가격 하락으로 경쟁력을 얻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수입제품 가격은 올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다. 최근 한국은행과 각 경제전문가들의 비난에도 불구, 재경부의 원화방어 의지는 여전히 강력하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마저 꺾이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방향에 대해 한은은 물론 경제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재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삼성 애니콜 제품이 노키아 핸드폰보다 비싸지만 더 잘 팔리는 것을 보면 이제는 가격경쟁력이 큰 의미가 없다”며 “인위적인 가격조정은 어느 시점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조 팀장 역시 “70년대의 경우 정부가 (통화완화ㆍ환율절상정책 등으로) ‘물가’를 포기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한 측면이 있다”며 정책당국이 물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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