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채취 거부한 美 승무원 벌금·송환 조치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공항에서 미국 아메리칸 항공 소속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브라질 정부의 사진촬영 및 지문채취에 항의하다 일시 억류되는 소동이 벌어졌다.14일 미국 마이애미 공항을 출발, 상파울루에 도착한 아메리칸 항공의 데일 로빈 허시(52) 기장은 입국보안 검색대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펴보이는 `무례한 행동`을 하다 체포됐다.

허시 기장은 “악의가 없었다”고 수차례 사과하고 회사측도 즉각 사과성명을 내 브라질 당국은 그에게 1만 2,000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미국으로 송환하는 선에서 사건을 봉합했다. 기장과 함께 보안검색에 불만을 품고 소란을 피운 다른 10명의 승무원들에게도 입국이 거부된 데 이어 똑 같이 송환조치가 내려졌다.

브라질 당국은 입국심사를 거부할 경우 6∼12개월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규정을 들어 허시 기장을 연방법원으로 이송했으며, 한때 형사고발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건은 엄격한 공항 보안검색 조치를 놓고 미국과 브라질 양국이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첫 물리적 충돌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법원은 최근 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검색을 취하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정부는 이번 주부터 이를 정부방침으로 공식화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다 실바 룰라 대통령도 12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브라질 국민에 대한 엄격한 입국심사를 취소해 줄 것을 공개 요구하는 등 양국 갈등은 확산되고 있다.

<황유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