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의 하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지표들이 둔화된데다 글로벌 증시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가세하면서 미국 국채금리의 낙폭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채권시장 내부적으로도 외국인이 국채선물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고, 유동성 조절에 따라 제기됐던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지표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외 통화정책 리스크가 줄어든 점도 투자심리를 지지해주고 있다. 지난 8일 개최된 금통위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동결했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경기 및 물가관련 지표를 예의 주시하면서 당분간 정책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리가 많이 내려오면서 지표금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4.7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장ㆍ단기금리 스프레드에 대한 부담도 높아지고 있지만 당분간 채권시장은 금리의 하향안정이라는 현재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경기와 수급, 통화정책, 글로벌 금융시장 등 채권시장을 둘러싼 주변 여건이 아직은 금리 하향 안정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수준에 대한 부담, 다음주 국채선물 만기를 앞두고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 가능성, 단기금리의 하방 경직성 등이 지표금리의 일시적 조정요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조정을 받더라도 그 폭은 제한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통위를 통해 유동성을 조절하고자 하는 통화당국의 기본적인 정책 스탠스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고 장ㆍ단기 금리 스프레드에 대한 한은 총재의 우회적인 표현이 해석하기에 따라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 상승추세 모멘텀이 강하지 않고 물가상승 압력도 크지 않아 통화정책의 긴축 강도가 더 세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대외적으로 불거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미 국채시장에서 다시 형성되고 있는 금리인하 기대감도 그냥 간과하고 지나갈 요인만은 아닌 듯 싶다. 지표금리가 단기간내 많이 내려와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채권시장 우호적 여건에 무게 우위가 실리면서 지표금리의 저점과 고점이 낮아지는 박스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권한욱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리서치팀 차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