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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들 증시行 빨라진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을 하고 있던 서울 압구정동의 자산가 A씨(61). 그는 최근 자문형 랩 어카운트(전문자산관리서비스)가 수익률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집 근처에 있는 B증권사의 랩 상품에 가입했다. A씨는 “아직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이 선 것은 아니었지만 부동산에 돈을 묻어두기에는 불안했다”며 “큰 욕심 내지 않고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돼 랩 상품을 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증시와 어느 정도 거리를 뒀던 서울 강남 ‘큰손’들이 빠르게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저금리로 은행 예금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 마저 얼어붙은 상황에서 증시가 잇따라 전 고점을 깨고 1,800선에 육박하는 등 대세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주식 직접 투자에 대한 매력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거액 예탁자산 고객수가 1년 전에 비해 20~30%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큰 손’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를 담당하고 있는 대우증권의 강남본부의 총 예탁자산은 이달 3일 현재 9조718억원에 달해 지난해 7월말(6조6,500억원)에 비해 무려 36.4%나 늘었다. 특히 이달에는 3일까지 불과 2거래일 동안 1,134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7월1일 85조6,970억원에 불과했던 1억원 이상 고액 예탁고객의 자산 규모가 올 7월1일에는 104조420억원으로 21.4%가 늘었다. 같은 기간 고액 고객수 역시 5만8,989명에서 7만1,162명으로 20.6% 늘어났다.



주목할 것은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주식 직접투자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고액 고객들의 자산 구성을 분석한 결과, 주식 직접투자 자산과 고객수는 각각 37.4%, 30.0% 늘어났고 특히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임형 랩(전문자산관리서비스) 자산은 무려 345.6%나 폭증했다. 이는 머니마켓펀드(MMF)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각각 26.1%와 15.9% 감소한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큰손들의 주식시장 이동은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문형 랩이 투자자들 사이에 각광을 받으면서 투자 패턴이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간접 투자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일선 지점장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주식 이외에 별다른 대체 투자수단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를 이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울 대치동의 A 증권사 지점장은 “최근 자문형 랩 등 직접투자수단이 하나의 커다란 추세를 형성하는 등 큰 손들의 투자패턴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며 “특히 상당수 거액 자산가들은 펀드를 깨고 랩과 같은 상품으로 빠르게 갈아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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