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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선물

가깝게 지내는 후배가 새해선물로 란(蘭)화분을 보내왔다. 이 화분이 나에게는 그 어느 값비싼 물건보다도 반가운 선물이었다. 정성껏 키우면서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우면 난의 향기가 실내에 가득찰 것이고, 그의 우정을 더욱 생각하게 할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하다. 란을 키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성을 기울여 물을 주고, 햇볕을 받게 하고, 그래야 싱싱하게 자라서 이른 봄에 꽃을 보게 될 터인데, 잘못하여 죽기라도 한다면 란을 보내준 사람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선물이란 반가운 것이다. 크건 작건 간에 거기에는 보내는 사람의 정성이 깃들여 있고, 또 받는 사람은 그의 따뜻한 우정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게 될 것이다. 옛날 선비들은 정성들여 가꾸던 란이 꽃을 피우면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 술잔을 나누었다고 한다. 요즈음의 선물 풍속도는 크게 달라졌다. 연말 연초가 되면 백화점 선물코너는 그 어디보다도 북적인다. 상품권을 사느라 장사진을 이루고, 갈비세트와 고가의 상품들이 택배로 배달된다. 그래서 백화점들은 호황을 누린다. 이런 현상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과소비 풍조에서 오는 것이리라. 보도에 의하면 요즈음 우리 사회의 과소비와 사치풍조는 날로 심화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부(富)와 빈(貧)의 차이가 심하고, 가정경제 사정이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다는데, 과소비가 심해진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려운 때일수록 가진 사람들은 못가진 사람들을 위하여 자제 하고, 베풀어야 할 일이다. 계층간의 갈등은 사회적 불행을 초래하게 되기 쉽다. 착하고 알뜰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서민층에게 좌절감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이 추운 겨울이 다 가기에는 아직도 멀다. 따뜻한 인정이 그리운 계절이다. 검소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해마다 연말 연초면 연하장이 주체할 수 없이 날아들어 왔다. 그러나 올해는 그 숫자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 살림이 줄어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연하장의 숫자가 줄어서 섭섭하다기 보다는 되레 마음이 가벼워서 좋다. 새 천년의 새로운 21세기,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뭔가 달라진 사고(思考)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새해의 벽두…. 흰눈이 내리더니 겨울비로 변하고 있다. 이 비가 지난날의 나쁜 것들을 모두 씻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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