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웰스파고 은행과 다리를 놓아줄 테니 우리측 인재를 파견 보내 우량 자영업자 고객을 발굴하는 비법을 배워오도록 하세요”(김승유(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달 중순 하나은행의 스몰비즈니스 사업부에는 이와 같이 웰스파고와의 인재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하라는 김승유 회장의 지시가 전달됐다. 미국 최고의 소매금융 경쟁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자영업자 고객군을 갖춘 웰스파고처럼 하나은행도 우량 자영업자 고객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김 회장은 곧바로 웰스파고 본사의 임원과 접촉해 자영업자 영업과 프라이빗뱅킹(PB) 분야의 인적 교류를 제안했다. 김 회장은 마침 웰스파고와 일했던 한 컨설턴트와 인연이 있던 터라 그를 통해 웰스파고측 임원을 소개받았다. 곧이어 웰스파고 임원으로부터 전자우편으로 답변이 왔다. 내용은 “(하나은행측과의 인적 교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 김 회장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은 하나은행 실무자들은 웰스파고측과 구체적인 교류안을 논의하고 있다.
물론 웰스파고와의 인적교류가 최종적으로 성사되려면 아직 실무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 핵심인재들을 매년 정기적으로 웰스파고로 보내 한달 이상 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직접 웰스파고 사업장에서 파견근무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웰스파고측은 하나은행 임직원을 출장 형식으로 초청해 자사의 주요 사업장을 단기간 둘러보도록 하는 형식의 벤치마킹 트립(tripㆍ여행)을 제안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측은 우리나라가 정보통신(IT)과 금융 서비스 결합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란 점을 웰스파고측에 알리며 그쪽의 인재를 한국에 파견 받아 ITㆍ금융 결합 서비스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겠다고 역제안을 할 계획이다. 대신 하나은행측 인재를 웰스파고측에서 한달 이상 교육시켜달라는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여러 세계적 금융사들과 인적교류 프로그램을 진행시켰던 경험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이 하나은행장이던 지난 2000년대초에는 당시 대주주였던 독일 금융그룹 알리안츠의 협조를 얻어 이 회사의 자회사였던 드레스너은행으로 인재를 파견, 3개월간에 걸쳐 선진 금융리스크 관리 비법을 배워오도록 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2008년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의 최고경영자 연수과정을 밟았으며 최근에는 중국 상공은행과 난징은행과 인적교류를 확대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자산 규모 키우기 경쟁에 몰입하면서 정작 풀뿌리가 되는 소상공인 고객들을 외면하고 있는데 김 회장은 웰스파고 모델을 통해 이 같은 국내 은행들의 영업 관행을 벗어나 상업은행의 본연에 충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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