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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호박 조각(175Ⅹ175Ⅹ190)이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서울 통의동 진화랑 앞에 설치된 일본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조각작품으로 보통사람 키를 훨씬 뛰어넘는다. 강렬한 노란색바탕위에 크고 작은 검은 점이 질서있게 그려진 작품으로 사각의 유리너머로 보이는 모습이 특별하다. 지난 85년이래 지속적으로 쿠사마 야요이(76)를 소개해 온 진화랑이 개관 33주년을 기념해 5년만에 두번째 개인전을 오는 15일까지 연다. 쿠사마는 행위예술에서 설치미술, 판화까지 자유롭게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일본의 거장. 이번 전시에는 대형조각을 비롯한 유화작품 47점과 판화 40여점이 선보인다. 그의 대표적인 호박시리즈는 물론 무한의 점(dot)시리즈와 신발형태의 조각품등 신작들이 대거 있다. 판화역시 볼거리인데, 다이아가루를 이용한 호박시리즈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난 57년 홀로 미국에 건너가 무한의 그물망을 주제로 한 모노크롬 회화로 주목받은 작가는 반전시위가 한창이던 60년대에 길거리에서 나체의 모델들에 물감을 뿌리는 선구적인 퍼포먼스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쿠사마의 국제적인 활약은 80년대 이후 눈부시게 펼쳐졌다. 89년 뉴욕의 국제 현대미술센터 개관기념으로 개인전을 열었고, 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일본대표로 참가했다. 98년엔 회고전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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