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자동차 2차전지(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고 삼성ㆍSKㆍLG가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 입니다."
18일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전장화되면서 4대 그룹이 모두 자동차 전장(전자장비)부품에 뛰어든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산업계에서 전자업체가 자동차 영역을 침범하고 자동차업체가 전자사업을 넘보는 업종 간 크로스오버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우선 자동차 전장부품 산업은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ㆍSKㆍLG 등 4대 그룹의 각축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완성차는 현대차 한 곳만 생산하고 있지만 전장부품에서는 4대 천왕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전장화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업체는 현대차그룹. 전자회사는 아니지만 그간 자동차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가장 큰 장점이다. 현대차의 자동차 전장부품은 현대모비스ㆍ현대케피코ㆍ현대오트론 등의 삼각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전장부품 개발을 위해 보쉬와 합작 설립한 케피코를 단독 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자동차 반도체 및 전자제어 부품 기술 개발을 위해 현대오트론을 설립한 바 있다. 대우증권 분석에 의하면 현대차 전장부품은 케피코가 파워트레인 부문을, 현대모비스가 브레이크ㆍ서스펜션ㆍ스티어링 등을, 오트론이 반도체 등 소프트웨어 파트를 담당하는 구조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ㆍ현대케피코 등 2개사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금액은 4,000억원가량이다. 친환경차 개발에 주력할 예정인 만큼 현대차의 자동차 전장부품 프로젝트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0년 자동차 2차전지를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후 자동차 전장사업을 강화해오고 있다. 삼성의 특징은 드러난 것보다 수면 밑에서 움직이는 프로젝트가 더 많다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드러난 삼성의 자동차 전장부품은 삼성SDI의 중대형 2차전지와 삼성전기의 정밀모터, 삼성토탈 등의 차량용 경량화 소재 등이다. 하지만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종합기술원 등을 주축으로 다종의 자동차 전장부품을 연구하고 있어 품목 확대는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LG의 움직임도 요즘 활발해졌다. LG화학이 오래 전부터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최근에는 LG전자도 자동차 전장화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지난 7월 자동차 부품 관련 조직을 통합한 VC(자동차부품) 사업부를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또 인천에 자동차 전문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등 공개적으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여기에 지능형 헤드램프 시스템 등의 기술을 보유한 LG이노텍도 전장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는 이에 따라 자동차 2차전지에서 헤드램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 전기차 모터, 컴프레서 등으로 자동차 전장부품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도 자동차 전장화 사업에 적극적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4대 그룹 중에서 가장 늦게 뛰어들었지만 세계적 자동차 부품 업체와 손을 잡으면서 향후 사업 영역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도 자동차 전장화에 나서는 등 그룹 간 시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전기차 등 자동차 전장화에서 기존 차량과 달리 차(완성차)와 부품을 함께 가져가야 수익성ㆍ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며 "구글이 전문 업체와 손잡고 독자적으로 무인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대차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독자적으로 자동차 2차전지 R&D를 해왔고 삼성ㆍLGㆍSK 등 다른 그룹들은 조인트벤처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전기차를 만드는 것을 검토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것은 이들 4대 그룹 간 본격적인 타 산업 영역 진출만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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