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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일째 크레인 농성 한진重 노조위원장 자살
입력2003-10-17 00:00:00
수정
2003.10.17 00:00:00
전용호 기자
타워크레인에서 129일째 농성을 벌이던 김주익 한진중공업 위원장(40)이 17일 크레인에서 목 매달고 자살을 한 것으로 나타나 노동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사용자측의 지나친 손배 가압류가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제 2의 두산중공업 상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사업장 85호기 크레인에서 시위를 벌이던 김 위원장이 크레인과 운전실 사이 계단 난간에서 로프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임단협이 결렬되자 지난 6월 11일부터 홀홀 단신으로 40미터 높이의 대형 크레인에서 24시간 농성을 벌이던 김 위원장은 가족과 동료 노조원 앞에 4장의 유서만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김 위원장은 유서에서 “나의 죽음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나의 주검이 있을 곳은 85호기 크레인입니다”라며 “이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나의 무덤은 크레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썼다.
김 위원장이 자살이라는 극약 처방을 택한 이유는 128일 동안이나 목숨을 건 투쟁을 했지만 지난 해와 올해의 임단협이 체결되지 않고 노사간 갈등만 고조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파업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임금 가압류와 손배소 압력과 지난 2일 경찰이 자신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에게 사전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서는 등 정신적 압박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이번 자살을 계기로 손배소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이날 “한진 재벌이 거액의 손해배상 가압류로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다”며 “민주노총 소속 모든 노조 간부들에게 비상 대기하고 이날 오전 한진중공업으로 집결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제 2의 두산중공업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 파업으로 시끄러웠던 두산중공업 사태도 지난 1월 배달호씨가 분신하면서 노동계가 들고 일어나는 등 한진중공업의 상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측은 김 위원장이 목숨을 건 투쟁을 하는 데도 불구하고 성실한 교섭에 임하지 않고 노조측은 사측에 무리하게 노조발전기금을 요구하는 등 양측의 지나친 강수가 사고를 촉발시켰다”며 아쉬워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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