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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학노트] 묵은 식품은 노화의 특급열차
입력1999-07-11 00:00:00
수정
1999.07.11 00:00:00
남편이 술안주가 필요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다남은 생선회 접시가 있어서 꺼내 온다. 그러자 아내는 아무래도 께름하니 먹지 않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만류한다. 그렇다면 왜 버리지 않고 뒀느냐고 하니, 아직 심하지는 않았으니까 찌개에나 넣을 생각이라고 한다. 우리네 가정에서 곧잘 있음직한 얘기다. 먹기에는 다소 불안하지만, 버리기에는 아직 미련이 남겨지는 상태.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야 가상한 것이겠지만 젊음을 유지하고 싶거든 가차없이 버리는 습관이 필요하다.‘노화’라는 것은 산화반응으로 볼 수 있다. 쇠붙이가 녹스는 것처럼 사람의 몸도 녹슨다. 녹스는 원흉은 체내에서 생기는 활성산소다. 식품의 위험성이라면 냉큼 식품첨가물·농약·식수오염 등이 연상되는데, 묵은 식품의 위험성은 결코 그보다 덜하지는 않은 것이다. 아무리 발암물질이나 농약을 피하고 정화된 물을 마실지라도, 묵은 식품을 예사롭게 먹어버릇 한다면, 모처럼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 예컨대 몇번이나 쓴 튀김 기름은 흑갈색으로 변하고 혼탁한 액체가 되어 야릇한 냄새가 난다. 사람이 그걸 먹으면 세포막이 자꾸 손상되어 간다. 그리하여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식물성 기름에는 과산화되기 쉬운 불포화지방산이 많으므로, 혼탁해지지 않은 상태라도 지나치게 몸에 들어오는 것은 곤란하다. 체내에서 그 혼탁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혼탁한 기름을 먹는다면, 마치 노화해 가는 과정을 생략한 것과 마찬가지로, 노화는 한층 급속도로 진행된다.
냉장고 뿐 아니라 냉동고에서도 묵은 식품은 조심해야 한다. ‘냉동고에서는 한달쯤 끄떡 없어요’라고 장담하는 주부가 곧잘 있지만 더구나 기름으로 조리된 육류나 어류라면 되도록 빨리 먹어 버려야 한다. 몇 주일이나 몇달을 냉동고에 넣어둔 식품은 어김없이 산화되어 있을테니까.
육류나 어류는 물론이지만, 국수나 밀가루, 혹은 기름으로 튀긴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상품에 표기된 유통기간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요, 상품을 개봉하면 되도록 일찍 먹도록 하자. 식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젊음을 빼앗기고 마는데 비긴다면, 아무리 비싼 식품이라도 아까워할 여지가 없지 않겠는가. 묵은 식품을 아깝다고 해서 먹는다면, 마치 노화를 재촉하는 특급열차를 타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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