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면서 순수하고 감성적인 청년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안치환(사진ㆍ41). 그도 벌써 불혹의 나이를 넘어섰다. 2년 후면 음악을 시작한지도 20년째다. 부수수한 모습으로 작업실에서 나온 안치환은 겸연쩍은 웃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근 재미를 들인 ‘묻지마 녹음’을 하고 있다는 그는 “아무런 계획없이 밴드 ‘자유’하고 눈이 맞아 ‘필’이 꽂히면 그날 작업실로 들어가요. 옛날 노래 중에 편곡이 마음에 안드는 것들을 골라 재편곡해서 녹음해요. 지금 한 서른곡 정도 녹음을 마쳤어요. 노래활동의 궤적을 정리하는 음반을 낼 생각”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세대 노래패에서 음악을 시작한 그는 민중가요에서 대중가요로의 전환에 성공한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 교양으로 수강한 화성법이 제도권내 음악수업의 전부다. 하지만 3학년 때 처음 작곡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당대의 젊은 가슴을 파고들었고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소금인형’이 잔잔한 인기를 끌면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의 자리를 굳혀왔다. 최근에는 대금을 배우고 있다는 그는 국악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는 “내년 2월에 나올 새 음반에는 국악 반주가 많이 가미가 됐어요. 최근에는 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도 자주 있었는데 현재 국악은 서양음악이나 가요의 반주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죠. 시행착오를 거쳐 국악과 대중음악 모두가 어색하지 않은 창작국악이 나와야죠. 언젠가는 앨범을 낼 작정”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정기공연 10여 차례 정도라는 매니저의 말을 듣고 다소 한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방송과 담을 쌓고 있어서 ‘저 친구 뭐하나?’ 하겠지만 오늘도 공연이 두 번 있어요. 정기 콘서트 이외에 초청공연까지 포함하면 무대에 서는 것이 일상의 80%를 차지하는 셈이죠. 내년에는 콘서트를 좀 더 늘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386세대의 감수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가수라는 평가에 대해 그는“일관된 생각으로 쉬지않고 음악활동을 해 온 사람이 없기 때문이겠죠. 시류에 편승한 요즘 가수들처럼 탄생에서 소멸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지지 않고 음악만을 고집하는 모습에 팬들이 던지는 후한 점수때문” 라며 “80년대에는 시대의 아픔과 분노를 노래에 담았고, 노래운동의 프리미엄이 사라지게 되면서 가수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살기위한 방법을 찾은 것이 바로 라이브 공연이다. 무대 위의 흡인력으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치환의 생명 아닐까요”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연말이라 더욱 바쁜 그가 12월에 성남아트센터(12/3)와 서강대 메리홀(12/28~31) 콘서트로 올해를 마무리한다. 록과 어쿠어스틱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며 안치환 창법의 힘있는 노래를 선사한다. 그는 “지금까지는 주로 전자기타와 신디사이저 등으로 록 콘서트를 연출했는데 이번에는 피아노, 풍금, 어쿠어스틱 기타를 이용해 좀더 차분한 분위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며 “하지만 록이든 어쿠어스틱이든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콘서트의 기본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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