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숙원인 그룹 재건 작업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과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의 인수합병(M&A) 작업이 이번 주 차례로 출발선에 서게 돼서다. 두 회사를 모두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대 1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박 회장이 내놓을 '묘수'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호고속의 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사모펀드(IBK펀드)는 이날 오전 금호고속에 매각 가격 등을 담은 최종 매각 제안서를 발송했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2주 후인 오는 3월9일까지 IBK펀드가 제시한 가격에 금호고속을 되살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해야 한다.
문제는 박 회장의 현금 동원 능력이다. 금호고속은 금호그룹과 역사를 함께한 모태기업인데다 매년 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낼 정도로 알토란 같은 회사지만 제시가격으로 알려진 5,000억원을 당장 마련하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구나 박 회장으로서는 25일 마감하는 금호산업 입찰이 더 큰 부담이다. 금호산업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등을 거느린 그룹 재건의 중추로 이 회사를 되찾지 못하면 그룹 재건의 꿈도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매입가는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일단 금호산업을 인수해 그룹의 뼈대를 완성한 뒤 일부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실탄을 마련해 금호고속마저 사들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어왔다. 상반기에 금호산업, 하반기에는 금호고속을 되찾아오는 지연전이 박 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상과 달리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매각작업이 같은 시기에 맞물리면서 박 회장의 금호그룹 재건 작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호아시나아그룹과 IBK펀드는 매각 시기 및 조건 등을 두고 치열한 물밑 논의 작업을 펼쳐왔으나 결국 IBK펀드의 뜻이 관철됐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박 회장이 금호고속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IBK펀드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식으로 압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압박작전으로 IBK펀드의 제3자 매각을 최대한 늦추면서 시간을 버는 작전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IBK펀드가 시장 예상가인 5,000억원보다 낮은 4,000억원대 후반을 매각가로 제시해 논란 자체를 피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할 경우 지연전에 휘말리지 않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매각을 마무리하는 속도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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