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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연일 경제정책과 관련해 메가톤급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금리, 재정정책 등 거시경제 방향은 물론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정책, 부동산대책 및 세제 등 현안에 대해 서슴없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5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경제부처에 대해 군기라도 잡으려는 듯 경제부처를 몰아붙였다. 강 의장은 “앞으로 경제 당정협의는 정부의 설명을 듣고 질의ㆍ응답하는 식으로 안이하게 끝낼 수 없다는 점을 분명이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에 대해 당의 발언권을 한껏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강 의장의 경제정책 주도권 장악은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기용과 일맥상통한다는 해석이다. 행시 6회인 강 의장과 15회인 권 내정자는 20여년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87년 강 의장이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재직 때 권 내정자는 인력계획과장ㆍ동향분석과장 등을 지내면서 강 의장을 보좌했다. 93년 재경원 시절에는 대외경제조정실에서 실장(1급)과 주무과장(대외총괄과장)으로도 함께 일했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기획국장(행시 23회)이 당시 대외총괄과 주무사무관이었다. 또 99년 강 의장은 재경부 장관으로 입각하자 권오규 당시 IMF 대리이사를 불러 핵심 보직인 경제정책국장으로 앉혔다. 조 국장은 정책조정심의관으로 일했다. 이러한 끈끈한 인연은 강 의장이 국회 진출 후에도 이어졌고 권 내정자가 참여정부 출범 후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발탁되는 데도 상당한 작용을 했으며 이번 권 내정자의 경제부총리 기용에도 강 의장의 천거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관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과천관가에서는 강 의장-권 내정자-조 국장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실질적으로 경제정책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봉균 사단’의 부상이 권 내정자의 입지를 되레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소신을 제대로 펼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청와대는 물론 여당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에 올바른 정책을 펼치려면 경제부총리가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데 권 내정자가 청와대나 여당의 요구를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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