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1983년 2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는데 올해 25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게 돼 감격스럽습니다."
허동수(사진) GS칼텍스 회장은 5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 제49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산업계 최고 액수인 25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허 회장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여기까지 온 데는 물론 국가의 정책적 지원도 있었지만 우리 나름의 노력을 해온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 회장은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글로벌 석유 시장의 전개를 미리 알고 적기에 투자해 이 같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며 "이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대한민국으로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정유산업이 수출의 기여하는 바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하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원유 수입액이 1년에 1,000억달러라면 이 가운데 수출액은 83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비용은 170억달러밖에 안 되는 셈"이라며 "일반 국민은 1,000억달러를 다 수입해 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는 거의 대부분을 회복하고 있고 여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경쟁국의 추격이 만만찮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계론도 제시했다. 그는 "중국과 중동이 정유시설을 늘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본다"며 "석유를 지속적인 수출 상품으로 키워나가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전력지역 선정과 끊임없는 투자, 노하우 축적 등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쫓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3년 GS칼텍스에 입사한 허 회장은 생산ㆍ수급ㆍ기획 등 전 분야를 두루 섭렵한 뒤 1994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에너지 전문가'이다. 해박한 이론적 배경 위에 풍부한 현장경험을 겸비함으로써 국제 석유 및 석유화학업계에서 한국의 '미스터 오일(Mr. Oil)'로 정평이 나 있다.
GS칼텍스의 초창기부터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까지 성장과 발전을 함께 해온 허 회장은 1990년대 국내 석유산업이 완전 자유화되고 자유경쟁체재로 접어든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해 1980년대 말부터 각종 혁신 활동을 주도하고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으며 석유화학 산업의 진출을 적극 주도해 현재 단일공장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 허 회장은 GS칼텍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GS칼텍스는 중국ㆍ인도ㆍ일본ㆍ싱가포르 등 전세계 15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했으며 지난해는 업계 최초로 동유럽 체코에 기능성 플라스틱인 복합수지 생산을 위한 법인을 설립했다.
한편 허 회장은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회사의 CEO 자리를 승계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던 일"이라며 "서로 큰 그림을 그리면서 잘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와는 서로 다른 역할이 있다고 본다"면서 "각자의 롤(역할)을 극대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허 회장은 4일 2013년 정기인사를 통해 GS칼텍스의 CEO 자리를 사촌인 허진수 부회장에게 물려주고 이사회 의장직만 맡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