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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혈액 은행 감독기관 없다
입력2003-03-30 00:00:00
수정
2003.03.30 00:00:00
임웅재 기자
탯줄혈액(제대혈)이 골수와 마찬가지로 백혈병 치료 등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정부가 관리ㆍ유통과정의 안전성ㆍ투명성 보장방안 마련을 등한시 하고 있어 보관자 및 이식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30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바이오 벤처업계에 따르면 아이를 낳은 부모의 10% 가량이 130만~150만원의 보관비를 내고 벤처기업 등이 운영하는 `가족제대혈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또 일부 부모들은 다른 사람의 치료나 연구 목적으로 아이의 제대혈을 쓰라며 벤처기업이 운영하는 `공여제대혈은행`에 무료기증하고 있다.
제대혈은행은 제대혈에서 적혈구 등을 만드는 조혈모(造血母)세포 등을 분리해 냉동보관 하는 곳. 본인이나 타인이 백혈병ㆍ재생불량성 빈혈 등에 걸리면 녹여서 이식하는데 골수이식보다 거부반응ㆍ합병증이 적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국내 제대혈 보관수요는 지난해 4만개에 달한다. 그러나 수년 안에 10만~15만개(신생아의 20~30%) 이상으로 늘어나 1,500억원 규모로 제대혈은행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현재 제대혈 보관사업은 메디포스트, 라이프코드, 히스토스템에 이어 셀론텍, KT바이오시스, 차병원(차바이오텍), 녹십자의료재단 등 참여업체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메디포스트의 경우 지난 2월 3,400여명 분의 제대혈이 신규로 보관 신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혈은행 이용자가 이처럼 급증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제대혈에서 분리된 조혈모(造血母)세포 등을 냉동보관하고 녹이는 기술에 문제가 없는지, 은행이 화재 등으로 피해를 입거나 운영회사가 부도날 경우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공여제대혈이 원래 목적대로 쓰이고 있는지 등에 대해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담당부서도 뚜렷하지 않다.
골수는 `장기등 이식법`의 적용대상이지만 쓰임새가 비슷한 공여제대혈은 이미 국내에서 수십건의 이식치료 사례가 있는 데도 소관 법령이 없다. 골수의 경우 기증희망자의 유전자형(HLA 타입)을 알아내기 위한 검사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한국골수은행협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를 연결하는 공적(公的)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그러나 제대혈은행은 어떤 법령의 규율도 받지 않은 채 영업ㆍ보관ㆍ유통과정이 민간자율에 완전 방임돼 있다.
제대혈은행을 운영하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연골조직ㆍ뼈 등을 재생시키는 세포치료제로 상품화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점도 관련 법령 및 관리시스템 정립이 시급한 이유다.
제대혈은행 업체들조차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메디포스트의 양윤선 사장은 “정부가 제대혈은행의 안전ㆍ품질관리 능력에 대한 인증제도와 사후검증을 실시해 고객들의 불안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며 “보관할 제대혈의 조혈모세포수, 조혈모세포를 포함한 총유핵(總有核)세포수, HLA 타입 등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의 사장은 “일부 업체가 병원측이나 의사에게 과도한 채취료(collection fee)를 주는 불공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제대혈의 안전한 처리ㆍ보관에 써야 할 돈이 리베이트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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