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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못쓴 애플효과… IT주만 훈풍



미국 애플이 예상을 뛰어 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국내 증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정보기술(IT) 업체의 주가만 소폭 상승세를 보였을 뿐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 회복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지표 부진 등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상반기까지는 숨고르기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1.44포인트(0.07%) 하락한 1,961.98로 마감됐다.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거래대금은 5조원에도 못 미쳤다. 이날 전기ㆍ전자업종은 1.27%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지만 건설업(-2.59%), 섬유ㆍ의복(-2.20%), 증권(-1.81%), 금융업(-0.89%) 등 대다수 업종이 약세를 나타냈다. 최근 7거래일 동안 1조원 넘게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날 4억원의 순매도에 그치며 관망세를 보였다. 기관은 417억원의 순매수에 나섰지만 장을 떠받치기에는 부족했다. 이 때문에 오전 한때 상승하기도 했던 코스피지수는 결국 하락한 채로 마감됐다.

다만 국내 IT업체들은 애플효과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1.71% 오르며 130만원대에 복귀했고, LG디스플레이도 1.90% 올랐다. 삼성SDI(2.17%), 삼성전기(1.44%) 등도 상승 행진에 동참했다. 또 실리콘웍스(5.49%), 엘비세미콘(1.53%), 아모텍(1.54%) 등 IT부품주들도 강세를 나타냈다.

국내 IT업체에 훈풍을 불러온 것은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애플은 올 1~3월에 391억9,000만달러의 매출과 116억2,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59%, 순이익은 94.3% 증가한 수치다. 아이폰의 판매가 시장 예상치보다 16% 많은 3,510만대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애플사의 어닝서프라이즈 덕분에 국내 IT업체의 실적 기대감이 덩달아 커지며 이날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T업종을 제외하면 증시는 부진한 모습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 기대감이 사라진 데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때문으로 보인다. 곽중보 연구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해진 데다 다음달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등으로 유럽재정위기 해결책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국내 IT업체와 자동차의 실적 발표를 제외하면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이 부분적인 호재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코스피지수는 당분간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MSCI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의 순매수 흐름이 다시 나타나며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경기 전망과 대외변수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지수는 당분간 1,910포인트에서 2,050포인트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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