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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뭉치는데 우리는 밥그릇 싸움

日LCD 공동개발·철강합작등 공조 불구 국내 유화·조선업계 출혈경쟁국내업체들간의 경쟁은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란 측면에서는 일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것이 위험수위로 치달아 이익침해는 물론 경쟁국들에 시장을 넘겨주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추격을 염두에 둔다면 국가산업 전체를 감안한 자율조정기구 설치 등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기업 자존심이 국가 이익보다 우선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은 얼마 전 임원회의에서 "지난 2000년 삼성과 LG가 5세대 생산라인의 유리기판 규격을 통일했다면 타이완을 쉽게 따돌렸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타이완은 3ㆍ4분기 말 현재 중대형 LCD시장에서 32%의 점유율을 기록, 34.6%의 한국을 근소한 차로 따라붙었다. 내년 하반기 타이완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란 조사결과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상황은 2년 전의 재판이다. 양사는 줄기차게 6세대 규격 통일을 제안하지만 공조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초 중남미에서 국내 가전업체들간에 발생한 해프닝도 감정대립의 결과다. A사가 중남미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리 진출해 있던 B사가 "다른 지역에서 여러 번 실패하다 옮겨오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A사가 발끈한 것은 물론이고 이후 양사의 격돌은 '코리아'에 대한 인식에 먹물을 끼얹었다. ◇제 살 깎아먹기 식 가격경쟁 중국에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한 지 4년 만에 중도하차한 중소 음향업체 T사의 L부장은 "국내 다른 업체들의 덤핑응찰과 이를 이용한 완성업체의 가격 낮추기를 견딜 수 없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올 3월 석유화학 업종에서 국내업체들이 중국당국으로부터 PVC 제품의 덤핑판정을 받은 것도 과당경쟁이 주요인이다. 최대시장으로 부상 중인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을 살리기는커녕 현지 업체나 중간상의 농간에 휘둘리는 일도 다반사다. 조선업계에서는 출혈경쟁에 정부당국이 개입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대우조선이 정부의 조정명령에 따라 독일 함부르크 시드사로부터 수주한 컨테이너선 가격을 척당 100만달러씩 인상한 것.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정명령으로 수주가격을 높였지만 선사와의 신뢰관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줬다고 지적한다. ◇외국은 뭉치는데 일본 경제산업성과 NEC 등 5개 대형 전자업체들은 최근 PC 및 TV용 LCD시장에서 한국업체들의 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자 민관 합동으로 신기술 개발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출자 회사를 통해 개발비용을 3분의1로 줄일 계획이다.일본 정부도 개발비의 절반을 보조하기로 했다. 국가간 협력을 통해 국내업체들을 협공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엘피다와 타이완의 파워칩이 D램 부문에서 협력하고 일본의 철강 3사는 지난달 JFE라는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중국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중국 반도체업체인 SMIC가 독일 인피니온과 협력한 것은 수년 내 한국과의 한판 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간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가면 수익성을 희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자율조정기구 시급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업체간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상호신뢰를 쌓아가면 수익성을 희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도 "저가 물량공세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품의 시장공략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삼성-LG의 충돌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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