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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절기인 백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백로는 밤 기온이 떨어져 새벽이면 나뭇잎과 풀잎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가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이제부터는 오곡백과가 무르익듯이 아이들의 식욕도 왕성해지고 소화력이 좋아지면서 키도 쑥쑥 클 때인데 한편으로는 여름내 소비한 기운을 보충하고 체내에 영양분을 저장해 몸을 튼실히 할 때이기도 하다.
또한 아침저녁의 기온차가 최대 10도 이상 나는 극심한 일교차 때문에 몸의 면역력과 적응력이 떨어지며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이 극성을 부리는 시기다.
기나긴 폭염의 기세가 꺾이고 가을이 오는 환절기의 건강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한의학에서는 건조한 환절기는 폐와 피부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순임 수원시청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은 "더운 여름을 나느라 수분과 기운을 다 뺀 상태에서 가을의 건조한 바람을 맞으면 몸속의 진액이 마르고 황폐해져서 폐가 말라 기능이 약해진다"며 "콧속이나 목의 인후점막 등 호흡기 점막은 충분한 점액질이 분비돼 콧속과 목을 촉촉하게 만들어줘야 인체방어라는 기능이 원활한데 건조한 날씨가 이를 방해해 감기에 쉽게 걸리거나 가래와 기침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호흡기뿐 아니라 피부도 괴로운 계절이다. 한방에서는 폐의 기운이 피부를 조절한다고 보는데 실제 우리 몸의 수분 손실의 50% 내외가 폐와 피부에서 이뤄진다. 건조한 가을 기운 탓에 폐장이 건조해지면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가려움증이 생기거나 각질 같은 발진이 돋기도 한다. 특히 태열이 있는 아이들은 증상이 심해져 아토피 피부염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올가을에는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돼 수분섭취와 실내가습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변 원장은 "건조한 가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물을 자주 마시고 실내가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그냥 물 마시는 습관이 어렵다면 처음에는 물병이나 물컵을 가까이에 두고 의식적으로 자주 마시되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나 카페인 음료보다는 그냥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여름에 중단했던 가습기 사용도 다시 시작할 시기다. 가습기를 이용할 때는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 등 인체에 무해한 세정제를 이용해 청소하고 물을 갈아줘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여유가 된다면 두 개의 가습기를 이용해 세척 후 햇빛에 말린 뒤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젖은 빨래를 이용해 습도를 조절해도 무방하다.
정우길 비에비스나무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환절기 질환은 습도가 떨어져서 오는 증상이 많다"며 "비염과 건선ㆍ안구건조증 등의 질환 등은 실내의 수분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항상 실내습도를 60~6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목욕 후 가벼운 로션보다는 도톰하게 발라지는 크림 타입이 보습에 도움이 된다.
가을 환절기 가장 중요한 폐의 기운을 보강하려면 수분과 진액을 보충해주는 식품을 많이 먹어야 한다. 방법은 쉽다. 가을 이맘때 나오는 제철 열매들을 즐겨먹는 것이 가장 좋다. 다른 계절에 난 것보다 햇볕을 많이 받아 폐기운을 강화하고 수분과 진액을 보충해줘 겨울 대비 호흡기 면역력을 높이는 데 특히 좋다. 늙은 호박은 허약한 소화 기능을 따뜻하게 보하는 데 좋은데 호박고지와 박고지ㆍ호박순ㆍ깻잎ㆍ고구마순도 이맘때 먹을 수 있다. 배와 귤ㆍ은행ㆍ도라지는 환절기에 생기는 기침ㆍ가래 등의 증상에 좋으며 땅콩ㆍ호두ㆍ잣 등은 폐의 진액을 보충해 촉촉히 해주는 대표 식품이다. 특히 사과는 비타민A 함량이 매우 높아 면역증진에 도움이 되고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는 만큼 즐겨먹으면 좋다.
감은 감기 예방에 좋은 비타민AㆍC가 풍부해 폐를 윤택하게 하고 위장을 튼튼히 만들어주며 폐의 열을 내려주는 데 효과적이다. 한약재로도 많이 쓰이는 대추는 피를 보충하고 수분과 진액을 만들어주는데 비장을 따뜻하게 하고 간을 보호하는 가을 보양 열매로 감기로 소화가 잘 안 될 때, 기침이 나고 목이 건조할 때, 잠을 깊이 자지 못할 때 먹으면 좋다.
환절기에 자주 발생하는 대표 질환으로는 감기를 비롯해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꼽힌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환절기에 급격하게 온도와 습도가 떨어질 때 나타나며 재채기나 맑은 콧물 등이 주요 증상이다. 면역력이 떨어져 천식 등 호흡기 질환도 생기기 쉽다. 천식은 만성적인 기관지 질환으로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으로 인해 발생한다. 대개 잦은 기침과 함께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며 간혹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천식 환자의 경우 약 복용에 더욱 신경 써야 하며 외출시 비상약을 챙겨서 다니는 것이 좋다.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면 피부에 하얀 각질이 일어나고 피부결이 거칠어지는 건선이 생길 수 있다. 이때에는 지나치게 뜨거운 온탕 목욕을 피하고 피부에 자극적인 때수건 사용도 금하도록 한다. 목욕 후에는 수분이 완전히 증발하기 전에 보습제를 발라 피부에 수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건조한 날씨로 안구건조증 역시 생기기 쉽다. 특히 실내에 난방기를 가동하면 습도가 떨어져 안구건조증이 더욱 악화되는 만큼 인공누액 등을 적절히 활용하고 컴퓨터 모니터를 장시간 보지 않고 자주 휴식을 취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환절기 건강 관리를 위해 체온조절 및 실내환기는 필수적이다. 일교차가 심하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혈액순환 장애로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므로 늘 겉옷을 준비해 실외활동에 무리가 없도록 한다.
또한 공기가 탁하면 비염ㆍ천식 등의 알레르기 인자가 활동하기 좋은 만큼 두 시간에 한 번은 창을 활짝 열어 공기가 탁해지지 않도록 자주 환기를 시켜 호흡기 건강에 유의한다.
환절기 건강 질환은 대부분 면역력 저하로 생기는 질환이 많으므로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을 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짧은 거리는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움직임도 유산소 운동이 될 수 있으므로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버리고 꾸준히 생활 속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하루에 20분 햇볕을 쬐는 것도 환절기 건강 관리에 중요하다. 비타민D 농도가 떨어지면 면역력도 떨어져 각종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체내 비타민D는 대부분 햇볕을 받아 합성되므로 하루에 적어도 20분 정도의 햇볕을 쬐는 게 좋다. 겨울로 갈수록 일조량이 줄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햇볕을 쬘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므로 의식적으로라도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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