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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인재대국] 2.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박사 연봉이 금융기관 대졸 신입사원 초봉 수준인 2,500만원.」대덕단지의 민간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선임연구원 K박사(39·공학)는 입사 후 줄곧 기초소재 및 환경부문 연구에만 몰두해온 경력 12년의 베테랑. 하지만 그가 올해 받는 연봉은 요즘 한창 주가가 올라간 증권사 대졸 신입사원 평균임금을 갓 넘는 수준인 2,50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해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여파로 모든 연구원의 급여가 일괄적으로 대폭 삭감되면서 비슷한 경력을 가진 연구원들의 연봉이 2,300만~2,500만원선으로 줄었다』며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자녀교육비·대출이자 등으로 허덕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원들의 부인이 과외교습이나 학원 강사·학습지 교사 등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 K박사는 『연봉이 적은 것은 적게 쓰고 적게 먹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며 『하지만 연구비가 줄어들어 옴짝달싹 못하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이보다는 하고 싶은 연구활동을 마음껏 못하는 게 더 가슴 아프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기업마다 감량경영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가장 먼저 줄인 것이 당장 성과를 따지기 어려운 각종 연구개발 부문. 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지난 98년 민간기업들의 연구·개발(R&D) 총투자 실적을 조사한 결과 5조1,427억6,800만원으로 전년의 5조5,698억700만원에 비해 7.67%가 줄었다. ★도표참조 특히 올들어서는 단기성과가 명확한 부문에 연구비가 집중되고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 힘든 중장기 연구과제에 대한 지원은 줄이는 추세다. 이러다 보니 애써 개발해놓은 세계 최정상급 순수 국산기술마저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하는 사례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88년 생명공학연구소의 정혁(鄭革) 박사팀은 세계 최초로 「인공씨감자」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씨감자 기술은 정부에서조차 기회있을 때마다 자랑할 정도로 성공한 연구 프로젝트이며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인공씨감자 기술을 응용, 감자에서 백신을 추출하거나 궁극적으로 백신을 함유한 감자를 개발할 수 있는 등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려 있다. 하지만 인공씨감자 기술 개발의 주역인 鄭박사는 인공씨감자의 후속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15명에 달하는 연구팀의 월급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는 인공씨감자 부문의 연구가 종결됐다고 판단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원을 중단했다』는 鄭박사는 『당장 연구원들의 봉급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어서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연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계적인 기술을 갖고 있어봐야 연구비를 따올 수 없는 한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존재로 방치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초기연구에는 성공했으나 개발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사장시키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SK 대덕기술원 대체에너지팀은 지난 94년부터 국책과제인 「발전용 솔라셀(태양광을 전력으로 전환시키는 전지)」개발에 매달렸다. 지금까지 총 6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이 과제는 정부지원금이 끊기면서 연구활동이 사실상 휴면상태로 들어갔다. 이곳의 한 연구원은 『솔라셀 시장은 최근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라며 『외국은 연구비의 절반 이상을 정부에서 지원하며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상품화 단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기술개발에 대해서는 아직도 자신있다. 하지만 국가보조금을 받는 외국제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작업과 개발기술의 상품화를 별개로 구분하는 현재의 과학기술 지원정책으로는 대규모 자금과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야심작」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대덕 연구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대덕은 지금 연구지원도 줄어들고 연구의욕도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3~5년 후 우리나라는 무엇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는 국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의 탄식은 「내일을 준비하지 않는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다. /김형기 기자 KKIM@ 박희윤 기자 HYPARK@ 김상연 기자 DRE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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