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이번 결정뿐만 아니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산업계의 한국 진출은 '러시' 수준이다. 특히 부품ㆍ소재 분야의 투자가 두드러진다.
일본은 지난해 2ㆍ4분기부터 올해 1ㆍ4분기까지 한국에 28억4,000만달러를 투자하며 한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명진호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동일본 지진을 계기로 일본 산업계가 생산시설 다변화 필요성을 느꼈고 전력 수급 불안, 태국 대홍수 등도 다변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환율 등 유리한 수출 환경뿐만 아니라 미국ㆍ유럽연랍(EU)ㆍ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한국 내 대기업에 대한 납품 기회 등도 장점이다.
실제로 일본 도레이가 100% 지분을 보유한 도레이첨단소재는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에 탄소섬유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 초 공장이 가동하면 구미는 아시아의 생산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GS칼텍스는 지난 4월 일본 에너지 기업인 쇼와셀ㆍ타이요오일과 여수공장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PX) 설비를 증설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 3개사의 총 투자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생산량은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현대오일뱅크도 일본 코스모석유와 손잡고 연산 100만톤 규모 신규 BTX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초부터 신규 설비서 나온 제품은 전량 중국과 대만ㆍ유럽 등으로 수출된다. SK종합화학도 일본 JX에너지와 합작으로 1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PX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밖에 발광다이오드(LED), 터치패널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도 일본 기업의 투자 대상이다.
명 수석연구원은 "일본 산업계가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문화적 이질감이 적고 정부의 혜택이 많으며 일본 기업의 최대 고객이 한국 대기업이라는 점 등을 들 수 있다"면서 "당분간 이 같은 일본 기업의 한국 러시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