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헤지펀드 진입 장벽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앞으로 시장이 대폭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모두 63개 업체가 신규로 헤지펀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0조원 이상으로 규정했던 자산운용사의 헤지펀드 진입 요건을 오는 11월 폐지한다고 29일 밝혔다. 또 증권사와 투자자문사가 헤지펀드를 운용하한 필수조건으로 제시됐던 자기자본과 투자일임수탁고 기준도 한층 완화한다. 이 밖에도 모범규준 마련과 프라임브로커 서비스 제공 대상 확대 등도 추진한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은 그 동안 적용됐던 규제가 헤지펀드 시장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 헤지펀드 시장 규모를 한층 키우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7,179억원(19개)로 지난 해 12월(1,490억원, 12개)보다 5배 가량 늘었다.
여기에 오는 11월 진입요건이 낮아지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투자자문사 등의 헤지펀드 시장 진입이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이미 대우증권과 대신증권, 브레인투자자문, 밀레니엄 파트너 등 국내외 금융투자회사들이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태.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은 자회사 설립 형태로, 외국계인 밀레니엄 파트너는 국내 법인 신설 등으로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다. 여기에 수탁고 10조원 이상 등 기준이 폐지될 경우 종합 자산운용사 46곳 가운데 현재 헤지펀드를 운용 중인 12개사 외에 34개사가 추가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투자일임수탁고 기준 완화로 운용이 가능해지는 투자자문사도 레오와 브이아이피, 에이케이 등 12개에 달한다. 증권사의 경우도 이번 진입장벽 완화로 키움증권과 한화증권 등 모두 17개 업체가 추가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증권사는 모두 23개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총 63개의 금융투자회사가 새롭게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12개 운용사와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는 8개 증권사를 합치면 앞으로 수년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금융투자회사는 모두 83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그 동안 높은 진입장벽에 막혀 시장 진출을 못했던 중소 자산운용사들은 규제 완화를 계기로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쓴맛을 봤던 트러스톤 자산운용은 규정이 개정되면 언제든지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이다. 2007년부터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세워 헤지펀드를 운용해 온 트러스톤은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도 강점이 예상됐지만, 자금 장벽에 부딪혀 결국 외국에서 헤지펀드를 추가 설정해야 했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해외에서 출시한 헤지펀드 운용에서 성과를 낸 만큼 진입 조건이 완화된다면 한국형 헤지펀드 출시 계획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11월 말부터 허가가 나오면 연말이나 내년 초쯤 펀드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와 합작을 추진하다가 수탁고 기준에 막혀 고배를 마셔야 했던 신영자산운용도 이번에는 재진입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진입 요건이 완화될 경우 앞으로 헤지펀드 시장에 새로 뛰어들 증권사와 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이 한층 많아질 수 있다"며 "다양한 운용회사가 참여하고 투자자본 등이 확보된다면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조기에 정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