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후계 경영 구도를 둘러싼 2세들 간의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롯데쇼핑(023530)과 롯데제과(004990) 등 그룹 관련주들이 새로운 지배구조 테마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형제 간 지분매입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롯데쇼핑 등 일부 종목의 경우 거래량이 급증하며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쇼핑은 전일 대비 6.55%(1만5,000원) 오른 24만4,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롯데쇼핑은 장중 한때 13% 넘게 뛰어오르며 26만원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롯데제과도 장중 16% 가까이 급등한 219만2,00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폭이 둔화되며 전날보다 4.65%(8만8,000원) 오른 19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롯데칠성(005300)(2.65%)과 롯데하이마트(071840)(2.86%), 롯데푸드(002270)(3.87%)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롯데그룹주들이 일제히 강세로 돌아선 것은 전날 일본 롯데홀딩스의 신격호 총괄회장 해임을 계기로 그룹 후계구도를 둘러싼 오너 2세 간의 분쟁이 표면화되면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유한 국내 계열사들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매입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은 누가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주가상승의 가장 큰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법인이고 국내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호텔롯데는 비상장사인 만큼 2세들의 보유지분이 비슷한 롯데쇼핑 등 국내 상장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효성그룹의 장남과 3남이 경쟁적으로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효성 주가는 3주 만에 20% 넘게 급등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 회장(13.46%)과 신 전 부회장(13.45%)의 지분율 차이가 거의 없는 롯데쇼핑의 경우 지분매입 경쟁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신 총괄회장이 해임되기 직전인 지난 27일 대비 13배 가까이 거래량이 급증했다. 1주당 200만원 안팎의 비싼 주가 탓에 평소 거래가 활발하지 않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도 거래량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신 총괄회장이 여전히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섣부른 예측을 자제하면서도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 가능성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의 핵심인 일본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과 주요 일본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 확보 여부가 중요한 변수"라며 "어떤 형태가 되든 국내 롯데그룹 지배구조상 핵심에 있는 롯데쇼핑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과 호텔롯데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롯데제과 보유 관계사 지분의 가치를 산정할 때 종전에는 20% 할인율을 적용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할인이 아닌 할증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번에 할인율을 0%로 적용해 롯데제과의 목표주가를 기존 210만원에서 24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이슈를 걷어내고 펀더멘털 측면만 놓고 보더라도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소극적인 기업설명활동(IR) 탓에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매우 저평가된 대표적인 자산주"라며 "이번 분쟁이 롯데그룹주의 숨겨진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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