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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표차 불구 「눈치보기」 뒷맛/이동호 은행연회장 당선 해설
입력1996-11-13 00:00:00
수정
1996.11.13 00:00:00
김상석 기자
◎일부 「반란표」로 또 관료 출신 택해/「재경원과 업무조율 능력」 기대도은행연합회장에 관료출신이 다시 선출됐다. 12일 열린 제5대 전국은행연합회장 경선에서 재정경제원(구재무부)출신 이동호 전내무부장관과 한국은행출신 황창기 전보험감독원장이 경합을 벌인 결과 「22대 13」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이 전장관이 선출됐다. 이 전장관을 지지한 특수은행과 황 전원장을 민 시중 및 지방은행의 구도대로라면 10대 25로 황 전원장이 선출됐어야 하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당한 「반란표」가 나와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경선의 과정과 결과를 보면 자율보다는 눈치보기가 더 팽배해 있는 우리 은행의 현주소를 새삼 느끼게 된다.
『관치금융은 분명 사라졌지만 「눈치금융」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항상 불확실하다 보니까 시행착오가 자주 일어나고 이 때문에 더욱더 눈치를 보게 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차라리 예전처럼 확실한 언급을 해주는 것이 솔직히 더 속 편합니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거는 한 은행간부의 이같은 푸념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재현됐다 할 수 있다.
문민정부는 출범직후 금융자율화를 대대적으로 표방하면서 ▲금리자유화 ▲은행장추천위제도 ▲민선협회장 선출 등 가시적인 조치들을 시행했다. 이는 분명 금융자율화를 몇단계 성숙시키는 획기적이고 대담한 조치였다.
그러나 시일이 흐를수록 정부의 금융자율화 의지는 흐지부지돼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지난해 3단계 금리자유화가 사실상 완결됐지만 부총리의 한마디에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지준율을 내리는 촌극을 연출, 「관치금융」의 망령이 부활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은행장추천위제도도 은행장의 권한이 너무 막대하다는 이유로 시행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그처럼 권한이 막대하다는 은행장들은 12일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연합회장 선거에서 눈치보기에 급급, 겉다르고 속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앞으로는 특수은행장 추천후보가 자동으로 회장이 되는 선례가 될 우려마저 낳았다.
물론 선의의 해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업무영역 구분이 점차 무너져 가는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감안, 관료출신의 협회장이 재경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보다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 그러나 카운트파트인 보험업계가 민선협회장체제를 유지한 것과 비교할 때 그리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경선 결과는 일반은행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또 관치금융으로의 회귀 징후라는 점에서 지극히 유감스럽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김상석>
◎은행연 회장 선거 이모저모/이종연 전 조흥행장 사전고사 추천 제외/시은 투표전 의견 결집에도 예측 빗나가
○…12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5대 은행연합회장 선거는 35개 회원 은행중 29개 은행장들이 직접 참석하고, 외국출장중인 신광식 제일은행장과 윤병철 하나은행장, 행내행사로 참석치 못한 손홍균 서울은행장과 김성인 제주은행장, 농협 및 수협중앙회장 등 6개 은행은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오 10시25분에 시작.
투표에 앞서 실시된 후보 추천에서 국책은행협의회의 김시형 산업은행 총재가 이동호 전 내무장관을, 시중은행협의회 간사를 맡고 있는 우찬목 조흥은행장과 지방은행들을 대표하는 주범국 경기은행장은 황창기 전은행감독원장을 각각 추천. 이종연 전조흥은행장은 사전에 고사, 추천에서 제외됐다는 후문.
○…투표에 앞서 시중은행장들은 은행연합회 회장실에 따로 모여 의견조율과 지지표 확인 과정을 가졌는데 이는 7개 국책은행 뿐 아니라 일부 시중은행장들도 이 전장관을 지지하고 있다는 소식에 따른 것.
이 모임에서 이들은 황창기 전 은행감독원장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결집하고 투표에참여했으나 막상 결과는 상당한 이탈표가 발생.
○…상식대로라면 수가 많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대표들이 추천한 황 전원장의 당선이 확실한데도 이와는 정반대로 국책은행이 추천한 이동호 전내무장관이 당선된데 대해 은행가에서는 이 전장관이 재경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해석. <이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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