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을 등에 업고 중동자금인 오일머니가 한국 채권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화채권의 주요 매수세력이었던 유럽과 중국ㆍ태국 자금이 글로벌 경기둔화를 이유로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간 공백을 카자흐스탄ㆍ쿠웨이트 등 오일머니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세 지속 ▦한국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 ▦원화가치 강세(원ㆍ달러 환율 하락) ▦중국경제의 성장둔화 등을 이유로 한국 채권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중동국가 수가 더욱 늘어나고 투자속도로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유부국인 카자흐스탄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보유외환 규모가 급증하자 한국 상장채권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 2010년 말의 경우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에는 원화채권이 전혀 없었지만 2011년 한해에만 2조2,032억원을 매수했고 올해도 2월 말 기준 230억원을 순투자했다.
한국물 채권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쿠웨이트도 입질을 시작했다. 쿠웨이트는 한국물 채권을 거의 편입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223억원을 신규로 사들이는 등 한국 상장채권시장의 새로운 매수주체로 이름을 올렸다.
원전ㆍ건설ㆍ플랜트 등 산업 분야에서 오일머니의 한국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시장 진출에 의욕을 보이는 아랍에미리트(UAE)ㆍ두바이ㆍ아부다비 등 다른 오일머니의 한국 채권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채권에서 이탈하고 있는 유럽과 태국 자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얼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채권을 네번째로 많이 보유한 태국은 지난해 12월 1조1,821억원, 올해 1월 1,912억원, 2월 4,598억원을 처분하는 등 최근 3개월 동안 1조8,000억원 이상의 한국채권을 팔아 치웠다.
미국과 룩셈부르크에 이어 한국 상장채권을 세번째로 많이 가진 중국도 무역적자와 보유외환 감소를 이유로 한국채권 매수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년간 월평균 3,000억원가량 원화채권을 매수하는 큰손이었지만 최근에는 원화채권 매수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11월 1,221억원, 12월 340억원, 올해 1월 70억원으로 급감했고 급기야 2월에는 1억원만 순투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한국 채권시장의 큰손이었던 유럽과 중국ㆍ태국 자금이 대거 이탈하거나 투자규모를 줄이는 틈을 중동 오일머니가 채우고 있다"며 "한국 상장채권 시장에도 패러다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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