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들이 17일 심야 영업시간 제한과 강제휴무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영업권에서 더 나아가 생존권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법 개정 후 지방자치단체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조례를 잇따라 만들고 정치권에서 5년 내 30만명 이하의 중소도시에 대형마트 진입을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자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했고 결국 법 자체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신규 출점과 영업을 규제하는 법이 강화돼왔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월 2회 휴무 시 대형마트는 2조8,300억원, 기업형슈퍼마켓(SSM) 2,644억원 등 3조943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심야영업 제한(오전0시~8시)에 따른 피해는 대형마트 3,270억원, SSM는 124억원이다. 총 피해액은 3조4,338억원으로 지난해 대형마트 업계 전체 매출(36조6,000억원)의 약 9.3% 수준에 달한다.
협회는 "업계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 받고 있는 현 상황에도 정부와 국회 주도의 추가 규제 개정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면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업계뿐 아니라 농축산 농가 수익감소 등 2차 피해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대형 유통업체 사업 축소에 따른 생계형 일자리는 월 2회 휴무 시 5,636개, 영업시간 제한 시 866개 등 6,502개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잉여근로자는 상당수가 판촉사원, 단기 아르바이트, 주말 파트타이머, 주부 사원 등으로 대부분 생계형 근로자라는 것. 협회 관계자는 "한 점포당 500~600명을 고용하는 대형마트는 공급 협력사, 건설사 등 유관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가장 큰 산업 가운데 하나"라며 "최근 10년간 점포 확장과 함께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왔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농축산물 판매 부진으로 대형 유통업체에 5,584억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피해액만큼 농축산물 구입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로 전가될 것이라는 얘기다. SSM의 농수축산물 매출 비중은 39~42% 정도이며 대형마트는 약 20~26% 수준이다.
대형 유통업체에 입주한 꽃집과 안경점ㆍ미용실ㆍ식당ㆍ약국ㆍ김밥코너 등 중소영세상인들도 영업제한의 피해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A 회원 유통업체의 경우 대형마트 1개 점포에 입점한 업체들의 매출 감소 추정액이 약 10억원에 이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은 외관상으로 보이는 것처럼 크고 작은 업체 간의 경쟁구도로만 볼 수 없는 내용이 다수 존재한다"면서 "유통업의 근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번 개정 유통법이 몰고 올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장이 자의적으로 과도하게 영업일수를 규제할 경우 많은 부작용 및 피해가 발생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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