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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체험과 종교적 깨달음을 그림으로 형상화해 온 작가 이정연이 6년 만에 박영덕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와 컬럼비아대에서 유학한 그가 한국적인 정서를 붙들고 있는 데는 서울대에서 전공한 동양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오랜 기(氣) 수련으로 맑은 정신을 추구하는 그는 세속적인 가치를 너머 또 다른 세계를 작품에 담아낸다. 지금까지 해 온 작품은 삼베 위에 흙ㆍ돌가루 등으로 산수화나 사군자를 그려내 색상이 다소 어두웠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자개를 처음 도입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훨씬 더 화려하고 밝아졌다는 평이다. 삼베를 입힌 캔버스에 숯가루와 옻을 섞어 바탕에 칠하고 그 위에 대나무ㆍ구름ㆍ산 등을 자개로 묘사한 작품은 우리네 조용한 심상을 건드린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중에는 유독 대나무가 많다. 속이 빈 대나무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다. 삼베와 숯가루가 섞여 독특한 질감이 느껴지는 작품 앞에 서면 관람객은 어느새 대나무 숲 속을 거니는 듯 차분해진다. 전시장에는 최근작 20여점이 선보인다. 정형과 비정형을 넘나들며 자개로 이어 붙여 만든 300호 크기의 대작과 소품이 한꺼번에 걸렸다. 자연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는 그의 작품은 관람객들을 사색의 세계로 이끈다. 그는 "대나무의 텅 빈 공간이 마음을 비우 것과 같은 의미"라면서 "옻과 자개는 서양적인 재료로는 표현하기 힘든 자연의 변화를 묘사할 수 있다는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7일까지 (02)544-8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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