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ㆍ환율 등 대외변수가 악화해도 향후 2~3년간 경상수지 흑자기조는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재정경제부는 ‘경상수지 흑자의 기조적 정착 가능성 및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현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유가 상승, 원화 절상 등 대외여건이 동시에 나빠져도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주력 수출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기초해 지난 86~89년 3저 호황 때의 반짝 흑자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98년부터 2004년까지의 흑자규모가 명목 GDP 대비 4%대 수준에서 안정돼 있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 수출구조가 경공업 중심에서 중화학ㆍIT로 전환됐고 수출 역시 환율의 영향을 덜 받는 등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기조는 쉽게 흔들릴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율 절상, 유가 상승, 세계교역 증가율 감소 등 3대 대외악재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도 중기적으로 흑자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흑자기조 유지는 거꾸로 한국 경제가 축소균형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 흑자는 유지될 수 있으나 수출ㆍ수입 모두 절대규모가 감소해 경제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센터장은 “흑자기조가 유지된다는 것은 쉽게 말해 내수위축으로 수입 수요가 감소한다는 의미”며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가 향후 몇 년 간은 쉽게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기조는 성장률이 줄고 내수도 위축된 가운데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축소균형”이라며 “수출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면서 생기는 흑자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