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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귀와 발이 돼주는 장애인 사랑 이야기

뮤지컬 현정아 사랑해


“나에게 기대요 내 어깨에 기대요…그대의 상처는 내가 다 가질 테니.” 여자 주인공이 가수 임현정의 노래 ‘사랑의 향기는 설레임을 타고 온다’를 부르지만 남자 주인공의 표정이 영 어색하다. 그녀가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 그녀는 그런 그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녀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다. 뮤지컬 ‘현정아 사랑해’는 가수 임현정의 대표곡 14곡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 서로의 귀가 혹은 발이 돼 주는 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이 눈물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눈물을 쥐어짜게 하는 신파극은 절대 아니다. 연출을 맡은 극단 ‘신명나게’ 유영길 대표가 “주위에 함께 있으면서도 소외돼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은 작품”이라고 말한 것처럼, 희극적 장치가 가득하다. 감미롭고 서정적인 임현정의 노래 역시 공연을 밝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장애인을 다룬 공연답게 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청계천이 아름답다고 하던데, 왜 이리 좁은가요?” 휠체어로 도저히 지날 수 없다는 여자 주인공의 탄식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의 목소리와 맞닿아 있다. 극중에서 청각 장애를 이유로 해직된 남자 주인공은 “일자리를 위해 비굴해져야 하는데 80년대와 뭐가 달라졌느냐”며 절규한다. 9월 2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리랑소극장. (02)900-0712/강동효기자 kdhy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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