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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 약인가… 독인가] 엔화·위안화 급등에 '깊어지는 시름'

지난해말 3,000만엔 엔화대출 원리금부담 1억4,000만원 늘어<br>만기연장 하자니 금리 상승…개인고객 7%이상 감수해야<br>위안화 가치도 함께 치솟아…유학가정 송금액 60%늘어


서울 도봉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김상진(31)씨는 환자들에게는 금연을 권유하면서도 자신은 부쩍 담배를 많이 피운다. 바로 엔화대출 걱정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은행에서 3,000만엔의 엔화자금을 대출받아 병원 장비를 구입했는데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원ㆍ엔 환율이 52%나 급등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만기연장에 나설 경우 크게 오른 엔화대출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병원 장비를 빌릴 때만 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상환금액은 2억8,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4억2,000만원으로 불어났다. 1년 동안 추가 부담이 1억4,000만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K씨처럼 엔화대출이 많은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의 신음소리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100엔당 936원이었던 원ㆍ엔 환율이 지난 24일 1,424원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엔화대출 만기연장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글로벌 신용위기로 안전자산인 엔화로 세계 유동성이 몰리면서 엔화가치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기존에 엔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는 물론이고 신규로 엔화대출을 받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불안감이 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원ㆍ달러 환율보다 원ㆍ엔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올라 엔화 대출자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면서 “만기가 돌아오면 대출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엔화대출을 연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엔화대출 만기연장에도 고통이 따른다.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양호한 기업의 경우 올해 초 2%의 엔화대출금리를 적용받았지만 지금은 5%대의 금리를 물어야 한다. 개인 고객은 7% 이상의 엔화대출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ㆍ엔 환율이 급등하고 엔화대출금리가 다락같이 오르고 있지만 엔화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기존 엔화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고 있는데다 엔화대출금리가 원화대출금리보다 낮아 신규 대출 수요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올해 3월 1,056억엔에서 ▦5월 1,097억엔 ▦7월 1,150억엔 ▦9월 1,188억엔 등으로 꾸준히 증가한 데 이어 24일 현재 1,194억엔까지 늘어났다. 엔화와 함께 위안화 가치도 덩달아 올라 중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낸 가정의 송금 부담이 눈덩이 불 듯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국제학교에 중학생을 유학 보낸 박우혁(42)씨는 매달 송금하는 금액이 60%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아들에게 매달 150만원을 송금했는데 지금은 240만원을 보내야 한다. 원ㆍ위안 환율은 지난해 말 127원이었지만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24일에는 208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원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62%나 올랐다. 원ㆍ위안 환율이 2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위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박씨는 “올들어 주택대출금리가 크게 올라 가용자금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중국으로의 송금액까지 큰 폭으로 증가해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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