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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 현금재산 29만1천원

28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한 재산명시심리재판은 국민들의 입맛을 쓰게 했다. 지난해 민사집행법 제정으로 도입된 재산명시신청은 검찰이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악덕채무자`를 상대로 재산내역을 공개토록 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첫 시행대상자가 전직 대통령인 것도 딱하지만 전씨가 법원에 제출한 재산목록의 내용은 더욱 한심하다. 전씨가 법원에 제출한 재산내역은 15만원, 14만원, 1,000원이 든 예금통장 3개와 부동산 골동품 예술품 악기 사무기구 기계류 등으로 현금은 29만1,000원에 불과했다. 지난 1997년4월 대법원이 확정한 전씨에 대한 비자금사건 관련 추징금은 2,205억원으로, 이중 314억원은 4차례에 걸쳐 추징했고, 나머지 1,881억원을 아직 갚지않은 상태다. 재산명시심리 재판이 열린 것도 추징금을 내지않은 이유를 밝히고자 함이었는데 전씨는 무일푼이어서 갚을 수 없다고 답변한 꼴이다. 전씨는 추징액이 2,205억원이나 된 것은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을 정치자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 때문이라면서 “억울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억울해 할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전씨의 그 같은 답변에 재판부도 신뢰를 두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재판부가 그에게 “그런데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고 해외여행을 다니느냐?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재산은 없느냐?” 고 물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럴 의심에는 상당한 근거도 있다. 1997년 5월 처음 몰수 당한 188억원도 무기명 채권이었으며 가차명 계좌에서 61억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10대인 전씨의 손자손녀가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씨의 돈 씀씀이에 관해 여러 말들이 있다. 그는 거액의 경비지출이 예상되는 외부행사를 갖는가 하면 경조사에도 손이 크기로 유명하다. 현금 보유액이 30만원인 사람으로서는 지출규모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색을 내는 일에는 뭉칫돈을 쓰면서 나라에 낼 추징금은 내지 않는 셈이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은 없고, 남의 명의로 감춘 재산도 없다고 한 전씨의 말을 액면대로 믿고 싶다. 그리고 가족과 친지 등 주변의 도움으로 지내고 있다는 말도 믿고 싶다. 그렇더라도 그가 받고 있다는 주변의 도움이 그가 내야 할 추징금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 법원은 전씨에게 다음 재판 때 그의 친인척의 재산목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전씨는 이 같은 명령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정직하게 친인척의 재산명세를 밝혀 추징금 납부에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용서를 받아 전직 대통령이 악덕채무자로서 더 이상 법정에 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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