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해 11개 보험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여 2,0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 업계 세무조사 추징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전방위 세무조사를 실시한 국세청의 세금추징액 전모가 특정 업종별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등은 2013년 한 해 동안 보험사 11곳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벌여 가산세를 포함해 총 1,982억원에 이르는 추징금 세부 내역을 통보했다.
생명보험 업계 2위인 한화생명보험이 936억원으로 가장 많은 세금폭탄을 맞았다. 회사별 추징액을 보면 교보생명 303억원, 서울보증보험 171억원, 동양생명보험 58억원, 현대해상 36억원, LIG손해보험 35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 24억원, 동부생명보험 21억원 등이다. 국세청은 또 농협중앙회를 통해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세무조사해 모두 394억원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이 중 한화생보와 서울보증보험 등은 추징금 전액을 납부하고 조세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를 밟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과세 당국의 결정에 반발해 추징금 중 48억원만 냈으며 농협생보는 중앙회와 사업분리로 인해 5억원만 납부했다.
추징금 규모가 이처럼 예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2008년부터 6년 연속 재정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앞으로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재정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세청이 세원 확보에 전방위로 나선 결과다. 이번 추징금액은 보험회사 2013 회계연도(2013년 4~12월) 전체 당기 순이익 3조 8,203억원의 5.3%에 해당된다.
보험 회사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보험 업계 세무조사는 거의 없었으며 그 이전과 비교해도 이번 추징 규모는 역대 최대"라면서 "일부 보험사는 막대한 추징금 때문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보험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 업계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 업계 전반에 세무조사가 벌어졌고 은행의 경우 보험보다 많은 추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세 당국은 보험 업계에 대규모의 추징금이 부과된 것은 이익과 손해 귀속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의 해석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보와 교보생보 등 대규모의 추징금을 통보받은 보험사 대부분이 여기에 속했다.
보험사들은 유가증권 같은 대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면서 매년 결산 때 회계 장부에 나타나는 평가이익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고 최종 매각 시점에 발생한 이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또 보증보험의 경우 보험금 지급을 언제 비용으로 인식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세금이 달라진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준 직후를 비용으로 쳐서 과세표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세청은 보험사가 보증인에게 청구한 구상권 청구소송이 끝난 뒤에야 비용으로 처리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 업계는 자산을 장기로 운용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업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회계와 다른 보험회계를 과세당국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금감원 보험업 감독규정상 보험회계를 따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과 과세 당국의 기준이 달라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교보생명 등은 이 같은 이의가 받아들여져 추징금을 깎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험업만 특수성을 반영해 별도의 과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국세청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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