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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롯데그룹도 '변화의 바람' 부나

보수적 사풍이 유별난 롯데그룹에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유통업계의 전방위 생존경쟁에 닥쳐 국내 `유통 지존'의 막강한 구매 파워만을앞세웠던 사업 마인드로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 신격호 그룹회장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롯데의 변화는 크게 유통 위주에서 중화학, 건설 등으로의 그룹 사업 무게 중심다양화, 유통의 글로벌화, 우수인재 확보 계획과 맞물린 `철밥통' 인사 흐름의 변화조짐 등으로 대별된다. 무엇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격변의 신호탄을 이끌 소재는 롯데쇼핑 주식시장 상장 건이다. 신 회장이 그간 감독당국과 소액주주들의 간섭없는 `마이 웨이' 경영을 선호한 탓에 기업 공개를 내켜하지 않아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롯데 계열사 44개 중 6개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할인점 추가와 백화점 해외 진출에 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롯데쇼핑상장은 실무 절차만을 남겨둔 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상장은 시차가 다소있을 수 있겠지만 국내 뿐아니라 런던, 도쿄(東京) 등 국제시장의 동시 상장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있다. 기업가치 최대 8조원 안팎을 기대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이르면 이달 중 국내외로드쇼에 들어가 상장 수혜를 최대한 누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연말 준공을 앞둔 러시아 모스크바 백화점도 `글로벌 롯데'의 중심으로 떠오를것으로 보인다. 지하 4층, 지상 21층, 연면적 2만6천평 규모의 모스크바 롯데 플라자에는 백화점, 오피스, 스카이라운지 등이 들어서며 2008년까지 350실 규모의 5성급 호텔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는 특히 `B(브라질)RICs'에 빗대어 `VRIC(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s'라고 명명한 나라들을 글로벌 사업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 아래 모스크바에는 롯데플라자 외에 4-5개의 백화점을 추가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롯데칠성의 음료공장 인수에 이어 잠실 롯데월드와 같은 실내형 테마파크 추진을 위한 부지 물색이 진행중이고 백화점, 할인점, 호텔사업 진출을위한 시장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인도 제과공장 인수와 추가 사업 검토, 베트남 할인점 사업 등도 VRICs 로드맵의 일환으로 롯데는 꼽고 있다. 글로벌화의 가속화는 롯데가 유통 위주의 내수시장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데서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각 계열사 신년 보고를 받고 있는 신 회장은 글로벌흐름을 지적하고 있으며 앞서 롯데경제연구소에도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성장전략을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롯데는 지난해 창사아래 처음 그룹 매출(총매출, 잠정치) 30조원를 돌파했고 매출 구성비에서도 의미있는 변곡점을 맞았다. 2002년말 총매출 18조7천억원 중 유통 부문이 46%, 중화학.건설.기타 제조와 식품 부문이 각각 21%, 19%, 호텔.금융 등 관광.서비스 부문이 14%의 구성비를 보였으나 3년간 변화를 거듭한 끝에 작년 중화학.건설.기타 제조 부문이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데 이어 유통 34%, 관광.서비스 18%, 식품 13%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앞으로도 이런 흐름을 살려 중화학 등의 분야를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신 회장은 9일 신년사에서도 2005년 내건 `변화와 혁신' 화두를 한단계 업그레드시킨 `변화와 혁신의 제도화'를 역설한 데 이어 이를 위한 현장경영과 함께 우수인재 확보를 강조함으로써 임직원들을 `채찍질'했다. 현장경영 지침은 유통, 식음료 부문에서 내수 1등을 유지해 오면서도 현장의 목소리와 고객서비스 부문에 안일하게 대처해온 계열사 최고경영층을 질타한 것이라는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실제 지난해 처음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예고없이 방문했고 신동빈 부회장도 최근 사업장을 자주 찾아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또 직장인들 사이에 고용 안정에서 부러움을 샀던 롯데지만 소공동 롯데타운 주변 외국어학원에 롯데 직원들의 수강신청이 급증하는 동시에 "이제 안주하던 시절은끝났다"는 내부 목소리가 팽배한 것도 신 회장의 우수인재 확보 주문과 맞닿아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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