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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 답사기] 여명속에 떠오른 금강산!
입력1998-11-16 00:00:00
수정
1998.11.16 00:00:00
金守中 현대자동차 사장지난 15일 오전6시께 북한 장전항의 앞바다. 어둠과 안개가 자욱히 깔린 새벽바다에 한줄기 빛을 발하던 「현대금강호」가 일순간 적막을 깨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북한측 도선사(導船士) 두 명이 현대금강호로 옮겨 탄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임시계류장으로 서서히 항진하는 현대금강호 갑판 어디에선가 「아!」 하는 짧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새벽이 밝아오면서 저 멀리 항아리처럼 생긴 그림 같은 포구 장전항과 그 뒤로 병풍처럼 늘어선 금강산의 장관이 일행의 눈에 들어온 순간이다. 10시간 남짓한 길이지만 그리운 금강산을 만나기까지가 이다지도 멀었단 말인가. 긴장과 설레임으로 하얗게 밤을 지샌 나와 일행들은 「이제야 왔구나」 하는 감회 어린 감탄사를 연발했다.
도선사의 도착이 늦어져 우리 일행이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다는 북한 땅을 밟은 시간은 오전11시께. 일행 중 일부 인사들은 감격에 북받친 듯 발을 쿵쿵 굴러보기도 하고 손으로 땅을 만져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땅도 한반도 남쪽 여느 땅과 다름없었다.
출입국 수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북한 출입국 관리요원들은 얼굴과 신분증만 확인하고 곧바로 통과시켜 일행 모두가 북한땅을 밟는 데는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으며, 말이 없었다.
출입국 관리소를 빠져나온 일행은 심호흡을 하고 상긋한 금강산의 공기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북한에서 자유의 냄새를 맡은 것일까. 묘한 흥분마저 들었다.
본격적인 금강산 답사길에 오른 것은 정오 무렵. 15대의 중형 버스에 30여명식 나누어 타고 콘크리트로 잘 닦여진 관광유도 도로를 달렸다. 길 양쪽을 따라 3㎙ 높이의 철망 너머로 군데군데 보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빼고는 영락없이 전통적인 우리네 시골풍경이다.
15분쯤 달려 신계사터를 지나 임시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한켠에는 한글 흘림체로 「이동매대」라고 쓰인 간이 판매대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2평 남짓한 이동매대 안에서 20대와 3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빗과 지팡이 등의 기념품을 팔고 있는 모습이 어여쁘다.
금강산 관광코스 중 하나인 구룡연으로 향했다. 여기서 5㎞ 거리다. 목란관을 지나 옥류동 골짜기로 들어서자 일행들은 한 폭의 동양화를 펼친 듯한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산길 오른편으로 관음연봉의 우람한 자태와 기암절벽이 인간을 압도하고 그 사이로 눈이 시릴 정도로 맑디 맑은 소(沼)와 폭포들이 만추의 향연을 이루고 있었다.
금강산은 오를수록 기기묘묘했다. 쪽빛의 옥류담과 옥류폭포를 지나는 것도 잠시. 왼쪽 계곡에 파란 구슬 두 개를 꿰어놓은 듯한 연주담과 바람에 봉황이 날아가는 듯한 비봉폭포가 차례로 우리 일행을 반겼다. 비봉폭포에 취한 눈이 정신을 차릴 때쯤 돌계단처럼 층계가 진 바위벽을 타고 내리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잇고 있는 긴 폭포가 저 멀리 눈에 들어왔다. 코스 종착지 구룡폭포는 승천하는 용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때 시간이 오후3시쯤. 절경에 취한 나머지 촉박한 시간이 야속했다.
1시간 정도 산을 내려온 뒤 장전항 건설사무소 식당에서 점심을 후다닥 해치우고 만물상 코스로 서둘러 이동했다. 촉박한 일정 때문에 아쉽지만 15대 차량 중 두 대만 두번째 코스 답사에 나서는 비상수단을 썼다.
구룡연코스가 미담(美潭)으로 그린 무릉도원이라면 만물상은 험준한 산세에 자리잡은 기암괴석이 절경을 연출하는 곳. 이 세상 모든 형태의 물체를 한 곳에 모아놓은 듯한 만물상을 조망하는 것도 잠시, 아쉽게도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일행은 「다시 또 올 수 있는 곳」이라는 위안을 뒤로 하고 서둘러 산길을 내려왔다.
근 50년 동안 우리에게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던 금강산. 8시간 동안의 길지 않았던 시간은 흥분과 긴장, 감탄과 아쉬움이 엇갈린 별천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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