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성악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조수미’ ‘홍혜경’등 대부분 여성들이다. 남자들 중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성악가라면 연광철(41)을 꼽을 수 있다. 2002년 바그너의 고향 바이로이트에서 열리는 음악제에서 ‘탄호이저’의 헤르만 성주역으로 독일의 관객을 사로잡았던 베이스 연광철이 2년 만에 국내 관객들을 다시 찾아온다. 이번 공연은 국내 최고(最古)의 실내악단인 서울 바로크합주단의 창단 40주년 기념무대에서 유럽 잘츠부르크 캄머 필하모니 지휘자 이윤국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공고를 졸업하고 청주대 성악과에서 음악을 시작한 연광철이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93년 파리에서 열린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라 콩쿨에서 우승하면서 부터다. 그는 학연과 지연의 인맥없이 맨손으로 시작해 오직 실력으로만 본고장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그런 그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는 “춘향전에서 이도령역을 외국사람이 한다면 어색하지 않겠나. 마찬가지다”라며 “하지만 유럽에서는 서양에게 찾을 수 없는 음악적인 역량을 발견하고 인정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작품도 직접 골랐다. 그가 소개할 작품들은 베이스를 위한 모차르트의 아리아다. 그는 “국내 대부분의 독창회가 소프라노, 테너 가수 위주로 구성돼 베이스의 목소리를 접할 기회가 적다. 이번 공연은 베이스의 매력을 담은 곡으로 선정했다”며 “첫 곡으로 선정한 ‘모차르트의 베이스를 위한 아리아 K.612’는 콘트라베이스와 베이스 가수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노래로 국내에서는 듣기 힘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는 바그너 작품을 통해 성공한 경력 때문에 바그네리안(바그너 가수)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모차르트의 음악은 성악적인 테크닉이 완벽해만 한다. 모차르트의 곡을 소화해 내면 다른 곡들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회가 되면 후배 가수들을 유럽에 더 많이 소개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유럽무대에서 빨리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언어장벽을 해소하고 연기에 더 집중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학연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훌륭한 매니저를 빨리 만나 타지에서 고생 덜 하고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까지 스케줄이 꽉 잡혀있다. 빈 국립오페라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를오가며 무대에 선 후 내년 4월 예술의전당 시즌공연인 ‘돈 조반니’로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 592-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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