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21일 팬택앤큐리텔의 지분을 계열 금융사인 팬택C&I(옛 팬택캐피탈)로 넘기면서 팬택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분거래는 외자유치와 신규사업 추진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앞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당장 주가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요인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회사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팬택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 겨냥=박 부회장은 이날 장중 자전거래를 통해 팬택앤큐리텔 지분 절반 가량(12,2%, 1,835만3,650주)을 팬택C&I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팬택C&I가 팬택앤큐리텔의 최대주주로 부상, 향후 그룹의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팬택계열이 이날 이승보 팬택앤큐리텔 재경본부장을 팬택C&I의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나 팬택C&I에 대한 외자 유치 등을 적극 거론한 것은 결국 팬택C&I의 지주회사 체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팬택C&I는 향후 팬택의 주식도 매입해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에 나설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상인 팬택앤큐리텔 전무는 “팬택C&I에 지주회사와 같은 기능을 맡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자산총액 가운데 자회사 주식가액이 50% 이상인 경우라고 규정돼 있어 당장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는 힘들다. 팬택C&I는 박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여신금융회사(자본금 250억원)로 최근 대우종합기계 인수전에도 참여한 바 있다. ◇외자유치, 신규사업 등 포석도=이번 지분변동은 팬택C&I를 팬택계열의 관리전문회사로 키워 외자유치나 신규사업 추진,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연구인력과 부품 공용화를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박 부회장은 “세계 휴대전화 업계는 향후 3년 내에 (합종연횡 등을 통해) 빅5 정도만 제대로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적절한 파트너가 팬택계열에 대한 투자를 원할 경우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앤큐리텔이 북미시장에 자체 브랜드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고 향후 서유럽 진출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팬택계열의 지분구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주성 팬택계열 IR팀장은 “이번 지분 변동은 해외 투자자금 유치가 목적”이라며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대외신인도가 높아지고 외자유치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모멘텀 단기간은 유보적, 중장기로는 긍정적=팬택앤큐리텔의 주가는 전날 7.23%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0.28% 올라 3일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팬택도 이날 덩달아 1.71% 오르며 최근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지분변동이 당장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운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 테마를 형성하려면 경영권에 대한 변동 가능성이 거론돼야 하는데 박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어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하지만 신규 투자처 물색이나 외자유치 추진, 계열사간 시너지 제고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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