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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회 없애려면 학교 협조가 핵심 관건"

일진회 자진신고 이끌어 특진한 손강호 경사

"일진회를 없애려면 학교측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지금처럼 학교당국이 쉬쉬하고 있으면 일진회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17일 학교 폭력조직인 일진회 학생 21명의 자진신고를 이끌어 내 경찰청장으로부터 1계급 특진을 약속받은 손강호(47) 경사는 일진회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잘라말했다. 강원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에 근무하는 손 경사가 일진회 문제에 발벗고 나서게 된 것은 춘천시내 모 여자중학교에서 벌어진 집단폭행 사건 첩보를 접한 이달초. 이 학교 일진회에 속한 3학년 여중생들이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 `채팅할 때 공손하지 못하다' 등의 이유로 1학년 후배들을 집단폭행토록 2학년생들에게 시켰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다. 손 경사는 1학년생 9명이 선배들에게 노래방에서 뺨을 맞은 것도 모자라 인근공원으로 끌려가 각목으로 엉덩이를 수없이 맞은 사실도 알게 됐다. 손 경사는 학원 폭력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아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해 해당 학교를 찾아갔지만 학교측의 반응은 냉담했다. 담당교사들이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우리 학교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발뺌하기 바빴던 것이다. 손 경사는 포기하지 않고 교장을 찾아가 "다음달까지 학교폭력 신고를 받는데 이 기간에 자진신고하면 입건되지 않는다. 제자를 올바른 길로 이끈다는 생각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해 교장의 협조 약속을 얻어냈다. 알고보니 학교 담당교사들은 집단폭행 사건에 대해 이미 조사까지 마친 상태였였지만 학교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쉬쉬하고 있었던 것이다. 손 경사는 학교폭력 자진신고의 취지를 설명해 교사들의 협조를 이끌어냈고 일부 가해학생들은 조사 과정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잘못을 뉘우치기도 했다. 손 경사는 "대부분 학교 교사들은 위신이나 승진시 불이익 등을 염려해 `우리는 학교폭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결국 문제는 안으로 곪고 피해학생은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라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대책을 묻는 질문에 손 경사는 "학교폭력 신고나 단속이 결코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학교와 경찰의 유기적인 협력은 물론 `학교폭력 수사전담반'과 같은 상설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89년 경찰에 입문한 손 경사는 형사계와 강력수사대 등을 거친 `수사통'으로2000년부터는 강원청 여경기동수사대에서 청소년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의 청소년 및 가정 문제를 다뤄왔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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