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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정유업계 선두주자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부진과 중동과 미국간 에너지 주도권 확보 싸움이 빚어낸 유가하락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실적은 크게 개선된 모습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구조적 혁신'을 통해 석유화학사업의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미래 성장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주요 시장의 저성장에 따른 수요 감소, 셰일 혁명과 글로벌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이 수출형 사업구조를 지닌 국내 석유화학 업계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우선 어떠한 상황에서도 회사의 생존이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유 부문은 원유도입처 다각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석유개발 부문은 생산성을 높여 수익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화학·윤활유 부문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넥슬렌(고부가 폴리에틸렌), 프리미엄 윤활기유처럼 자체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사업별 구조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신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석유개발(E&P) 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오클라호마·텍사스 소재 셰일광구에 더해 인근 지역 광구로 확장하면서 북미 기반의 자원개발 전문회사로 진화한다는 'U.S. 인사이더(Insider)' 전략을 수립했다.
화학부문은 기존 중국 중심의 성장전략, 곧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 시노펙과 손잡고 중국 우한에 설립한 중한석화처럼 성공적인 합작 모델을 지속적으로 탄생시키는 게 목표다. 지난해 1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한 중한석화 산하 우한 나프타분해공장(NCC)은 올 1·4분기 836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1년 만에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석유사업 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안정적 원유도입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또한,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어 수출판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윤활유 부문 역시 지난해 스페인 렙솔사와 윤활기유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SK이노베이션은 추가로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해 합작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미래 먹거리로 꼽는 배터리 부문은 지속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차세대 셀(Cell) 기술을 확보해 안정적 생존·성장의 토대를 닦고있다. 2013년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세운 전기차 배터리 회사 '베이징 BESK 테크놀러지'를 활용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큰 중국 내 배터리 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계속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수익·사업구조 혁신 외에도 안정적 재무구조를 강화하고 지속적 성장 투자에 나서 '안정 속 성장'을 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부터 순차입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자회사 상장이나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투자재원은 인수합병(M&A)과 합작사업 투자같이 사업구조 혁신을 위한 전략 투자의 '실탄'으로 쓰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한 사업구조 혁신을 위해서는 그 추진동력인 '사람'과 '조직'에서 먼저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인적구조와 조직구조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인적구조는 구성원의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조직구조는 내부 소통과 '일과 싸워 이기는 조직문화'(Winning Culture) 같은 구호를 강화하는 형태로 각각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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