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되는가 싶더니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10월과 유사한 패닉국면으로 몰려가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 급등으로 한숨을 돌린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앞길은 험난하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드로 급선회 한 이유는 진정됐던 신뢰의 위기가 재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미국 최대 은행이었던 씨티그룹이 자회사 부실채권으로 인해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고, GM을 포함한 자동차 빅3에 대한 처리문제도 가닥을 잡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도 신뢰의 위기를 부추기는데 일조했다. FRB의 ‘미국경제는 향후 1년 이상 경기침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견해는 경기침체의 현실화로 해석되었고, 급격한 물가 하락은 디플레이션에 의한 자산가격의 추가 하락 우려를 증폭시켰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지난 주말 주가지수는 극적인 반등세를 보였으나 원ㆍ달러 환율은 1,495원에 마감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고, 국채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회사채 금리와의 스프레드는 좁혀지지 않는 등 국내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은행건전성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우리나라에 대한 CDS스프레드가 재차 확대되고 있는 등 외국인의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평가는 다시 차가워 지고 있다. 지난 주말의 급등세가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한 발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나 반등의 지속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치를 높이기 힘들다. 반등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미국시장의 안정이 필수적인데, 미국시장은 씨티그룹 생사여부와 자동차 빅3에 대한 미국 의회의 처리 방향에 달려있다. 반등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씨티그룹이 제2의 리먼이 되어서는 안되며, 자동차 빅3 역시 파산의 길로 접어들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누구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의 주식시장은 아주 작은 것에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위로나 아래로 모두 열려있는 매우 높은 변동성 국면을 지나고 있다. 주중에 발표될 미국 경제지표는 사실상 미국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예정이다. 씨티그룹과 자동차 빅3 처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무엇을 예상하고 움직이기 보다는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시장의 변동성이 낮아지는 것을 기다리는 전략이 지금으로는 최선의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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