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파행에서 알 수 있듯 올해 정기국회의 농업 분야 최대 쟁점은 쌀 목표가격 결정이다. 쌀 목표가격은 예상하지 못한 쌀 가격 하락시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쌀 변동직불금 발동 여부와 규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결정된 목표가격은 2017년까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정부ㆍ야당 농민단체로서는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쌀 변동직불금 관련 예산을 지난해의 250억원보다 4배나 많은 1,050억원을 편성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안대로 쌀 목표가격을 17만4,000원선으로 결정할 경우 산지 쌀값이 약 15만9,100원 밑으로 떨어져야 변동직불금이 지급되는데 지난달 초 기준 산지 쌀값은 사상 최고 수준인 18만3,500원선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지급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변동직불금을 위해 예산을 대거 증액해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증액된 변동직불금 예산이 야당과의 목표가격 협상을 위한 '숨겨놓은 예산'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정부는 목표가격을 17만4,083원으로 결정하는 대신 현행 ha당 80만원인 고정직불금을 90만원까지 올리겠다는 협상안을 야당에 제시한 상태다.
고정직불금을 10만원 인상할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이 약 800억원인데 이는 변동직불금 예산 증액규모와 정확히 일치한다. 대야 협상에 대비해 변동직불금 예산을 미리 뻥튀기해놓은 전형적인 예산 부풀리기 꼼수라는 것이다. 더구나 고정직불금 인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어서 공약사항까지 협상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이른바 쪽지예산)을 위해 예산을 숨겨놓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도 "하지만 공약사항인 고정직불금 인상용 예산까지 미리 숨겨놓고 협상카드로 이용하는 것은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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