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엔화의 추락으로 원ㆍ엔 환율이 ‘1대8’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주 말 120엔대를 넘어선 엔ㆍ달러 환율은 5일 미국의 고용지표 개선소식 등에 힘입어 2년8개월 만에 최고치인 121엔대(5일 3시 현재 121.27엔)도 단숨에 돌파했다. 올들어 엔ㆍ달러 환율은 17%나 상승했고 최근 3개월간 무려 11%나 오르는 급상승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일본의 견고한 경제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가 연일 추락하는 것은 미ㆍ일간 금리격차로 일본 투자자들의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연일 엔화를 매도하는 것도 엔화약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엔화가치 약세에 원화환율이 따라가지 못하는 ‘원ㆍ엔 탈동조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원ㆍ엔 환율은 지난 10월 말 900원선이 깨진 후 870원선에서 지지선을 형성했지만 매수세가 받쳐주지 않자 85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원ㆍ엔 환율은 지난주 말보다 6원63전 떨어진 854원55전.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원ㆍ엔 환율이 850원대를 빠져나갈 만한 특별한 모멘텀은 없어 보인다”며 “최악의 경우 원ㆍ엔 환율 ‘1대8’마저 걱정해야 될 판”이라고 말했다. 원ㆍ엔 환율이 반등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지만 외환당국의 개입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2년 동안 일본보다 중국과의 상대적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내년 초 위안화 추가 절상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환율조작이라는 멍에를 지고 개입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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