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가 12월 대거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짧은 기간에 다수의 스팩이 상장 절차를 밟게 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에 공모주 청약을 실시하는 스팩은 총 13개로 집계됐다. '국내 1호 스팩'이 상장된 지난 2010년 이후 한 달에 두 자릿수 이상의 스팩이 상장되는 것은 처음이다.
증권사들이 12월에 집중적으로 스팩을 상장시키는 것은 삼성SDS·제일모직 상장에 따른 '공모주 열풍' 현상을 노린 전략이다.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가 잇따라 상장에 나서면서 공모주 청약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SDS 공모주 청약 이후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유안타1호스팩은 62.6대1로 스팩 치고는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이어 청약을 실시했던 IBK제2호스팩(60대1)·케이티비스팩1호(39대1)·하이스팩2호(20대1) 등도 과거 스팩 청약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이는 삼성SDS 공모주 청약에 앞서 10월, 11월 초순에 청약을 진행한 4개의 스팩 중 3곳(대우스팩2호·현대에이블스팩1호·케이비제4호스팩)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여러 스팩이 한꺼번에 상장될 경우 합병하려는 기업을 찾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팩의 목적인 비상장사 합병에 실패하는 곳도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팩은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후 3년 내 M&A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만약 3년 동안 M&A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스팩은 자동으로 상장폐지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다수의 스팩이 비슷한 시기에 상장돼 동시에 M&A 대상 기업을 찾아 나선다면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며 "개별 스팩의 M&A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주에 스팩 외 공모주 청약을 실시하는 곳은 알테오젠(2~3일)·비씨월드제약(3~4일)·에이디테크놀로지(4~5일) 등 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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