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대기업이 원자재 가격을 반영한다고 해도 수백 개에 달하는 1차 협력사들이 가30격 인상 요인을 반영해주지 않으면 2, 3차 협력사인 중소기업들은 어려울 수밖에요"(자동차 부품업체 A사 사장) "30년간 사업을 했지만 1차 협력사인 건설사가 연동제를 인정해서 납품단가를 조정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중소업체 B사 사장) 올 하반기 들어 원자재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는 가운데, 원료 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신음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업체들의 불만의 대상은 직접 거래를 해야 하는 1차 협력사. 대기업이 원자재값 인상 요인을 반영해도 1차 협력사가 경영난 등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올리며 '불황 속 수익'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 중소기업들은 이중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업체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28일 주물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주물업체의 주원료인 고철 가격은 작년 한때 ㎏당 800원대에서 올 상반기 380원까지 폭락했다가 최근에는 400원대까지 회복된 상태다. 하지만 점차 가시화되는 원료가격 상승에도 불구, 정작 업체들은 1차 협력사로부터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 경서 주물공단에서 산업기계용 주물을 만드는 C업체의 경우 최근 10여 군데의 거래처 가운데 8~9곳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단기 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C사 사장은 "최근 열흘새 고철가격이 60원이 올랐지만, 거래 업체는 이와 관계없이 단가를 인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지난해 고철값이 급등했을 때는 가격을 절반도 채 올려주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가격을 내리라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말도 안 되는 1차 협력사의 요구에 쩔쩔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직도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일감 자체가 줄었기 때문. 그는 "전기료마저 올라 고정비 자체가 오른 상황이지만 일거리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다보니 거래처는 막무가내"라며 "고철가격이 오르내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로 한숨을 지었다. 서병문 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인 현대차가 원자재 값 인상요인을 소급적용한다고 해도 정작 중소기업들이 직접 거래하는 1차협력사들이 이를 반영해 주지 않으니 중소 업체들의 자금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경영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는데, 그나마 흑자를 보는 대다수 1차 협력사와 달리 2, 3차 협력사는 적자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소업체들은 현금을 주고 원료를 사와야 하는데 납품대금 수금은 한달 반 뒤에나 가능하고, 일감이 적어지다보니 오히려 단가 인하를 요구해 오기도 하는 등 1차 협력사들의 횡포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사정은 다른 업계도 다르지 않다. 금속탱크업체를 운영하는 한 업체 사장은 "1차 협력사라고 할 수 있는 건설사들의 횡포는 새삼스럽게 거론할 것도 없는 납품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법적으로 제도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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