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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국가채무 이대로 좋은가

나라빚 규모보다 증가추세가 더 문제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높다. 건전 재정 추세를 이어가던 우리나라가 외환 위기 이후 재정적자가 늘면서 정부는 올해말로 국가채무가 국내 총생산(GDP)의 2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건전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국가채무 관리를 위한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70.3%)에 비해 크게 낮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정치·사회적 고려로 국가 채무가 줄어들기 보다는 늘어날 수 있다는데 있다. OECD 국가들도 60년대에는 국가 채무가 크지 않았으나 70~80년대 들어서며 실업 구제 등을 위한 각종 사회비용 증가로 급증했다. 정치에 의한 경제 지배력이 강한 우리나라도 정치권의 요구에 밀려 재정 건전화 조치가 후퇴할 수 있다. 재정 건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무리한 재정팽창 요구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적자 재정은 불가피했다= 야당과 일부 학자들은 정부의 외환위기 극복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건전한 재정을 적자재정으로 만든 점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비판이다. 외환 위기로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을 때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은 적자재정을 편성해 경기를 부양하는 조치였다. 다행히 정부는 그동안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해 재정정책의 운신폭을 넓힐 수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 해외채권단이 국내에 거액의 자금을 선뜻 빌려줄 수 있었던 이유도 재정 건전화를 이룬 정부의 능력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확장 정책 등에 힘입어 우리나라 경제는 빠르게 회복했다. 정부가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충실히 활용한 것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실업감소와 함께 앞으로 국가채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줄이느냐에 따라 「국민의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성장궤도에 접어들자 정부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재정건전화 특별법」은 대표적 정책이다. 이 법은 세입에서 세출을 뺀 세계잉여금을 국가 채무 상환에 쓰고 신규 조세감면을 요청할 때는 상응할 만한 기존 조세감면 조항을 폐지하며 추경 편성 근거를 자연재해, 실업악화, 대내외여건악화, 서민생활안정으로 못박았다. 이 법이 발효되면 정치권이 재정 적자를 늘리려 해도 법으로 제동이 걸린다. ◇균형 재정 조기 달성 가능하다= 정부는 99년 예산을 짤 때 올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5.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으나 빠른 경제 성장으로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 편성때는 GDP의 4% 수준으로 낮췄다. 이마저 더 낮춰져 3.5% 미만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2000년 재정 적자 규모도 당초(3.5%)보다 낮춰져 3.0%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추세로 간다면 균형재정은 당초 예상했던 2004년이 아니라 2003년에 조기 달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GDP 규모가 늘어나는데다 재정 적자 규모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분모가 늘는데 분자가 줄므로 재정적자 수준은 빠르게 낮춰질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실질 경제성장률은 올초(2%)와 지난 9월 추경때(8%) 예상보다 훨씬 높은 10%에 이를 전망이다. GDP 규모는 지난해(450조원)보다 10% 증가한 49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은 또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올 경제성장은 수출보다는 소비 증가의 영향이 커 부가가치세 세입이 크게 늘었고 주식거래 폭증으로 증권거래세도 많이 거둬 들였다. 올 세입은 당초 예상(71조6,000억원)보다 3조원 증가한 74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재정경제부는 내다보고 있다. 세입이 늘었기 때문에 적자 재정을 메꾸기 위한 국채 발행 수요도 줄어든다. 올해 국채발행 계획은 13조5,000억원이었으나 실제 발행액은 10조4,000억원으로 3조1,000억원이 발행되지 않았다. 2000년 국채발행은 이보다 크게 줄어든 7조원 수준으로 2000년 예상 편성때 계획된 10조9,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이나 남을 전망이다. 세출도 금리 하락에 힘입어 금융구조조정 비용과 국채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며 감소했다. 올해 세출은 당초 예상보다 1조9,000억원 줄어들며 재정특별융자회계에서도 3,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정부는 균형 재정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경제회복에 힘입어 세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2004년 이전까지 균형 재정 달성은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정치적 압력이다=경제는 올해 10%, 내년 7.8% 성장할 전망이다. 경제 성장은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는 증가된 세수를 어떻게든 쓰려고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고영선(高英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가 채무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으나 문제는 추세』라면서 『OECD 국가들이 국가채무 증가를 억제하지 못한 것을 경험 삼아 정치권의 불요불급한 세출 증가 요구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건전화 특별법」은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 사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정부는 당초 내년 초부터 이 법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일정상 입법화하지 못했다. 현재 정부·여당 입법으로 이 법 제정을 추진중인데 내년초 임시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될 지 주목된다. 이 법을 입법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그만큼 재정 건전화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재정의 방만한 운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당정이 입법화를 주저한다면 국민은 표를 통해 민심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 세수 올 재정 적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낮은 GDP 대비 3.2~3.3%로 낮춰질 수 있는 것은 예상보다 빠른 경제성장이 큰 힘이 됐다. 경제 성장으로 기업과 개인의 소득이 증가해 소득세가 늘어나고 소득 증가는 소비를 유발해 부가가치세가 많이 걷혔다. 올 11월까지 소득세는 14조9,256억원으로 99 예산편성 때 예상했던 14조9,039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12월 소득세 징수액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소득세는 15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법인세도 11월까지 8조9,187억원이 걷혀 당초 예상액 8조2,858억원을 넘어섰다. 소비 증가에 힘입어 부가세 세수는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11월까지 부가세는 19조5,277억원이 걷혀 당초 전망(18조8,077억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12월 소비가 평월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부가세 세수는 2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증권거래세는 당초 예상(6,071억원)의 2배 가까운 1조1, 168억원에 달한다. 12월까지 합하면 2배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98년(2,425억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이에 따라 올 세수는 74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7.8%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 세수가 올해와 비슷한 11% 증가율을 보인다면 85조26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이는 내년 전체 예산(92조6,576억원) 중 일반회계 예산 86조4,740억원보다 1조4,480억원밖에 모자라지 않는다. 재정 균형이 그만큼 가까이 왔다는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 세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18일 수정 의결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2000년 정부 예산안은 재정 건전화에 일말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회는 예산 규모를 정부안(5.0%증가)을 일부 삭감, 전년대비 4.7% 증가한 92조6,576억원으로 통과시켰다. 문제는 예산을 2,624억원을 순삭감하면서 선심성 예산을 끼워넣은 것이다. 국회 예산안 조정의 주요 내용은 과다 계상됐거나 시급성이 떨어지는 세출의 삭감 농어가 부채 경감, 교육시설 확충 등을 위해 농어촌 및 교육 부문 예산의 증액 재정적자 추가축소를 위해 한국은행 이익금을 예산에 계상한 것 등이다. 국회는 당시 세출을 1조548억원 줄이면서 농어촌 지원에 3,071억원 교육투자에 1,185억원 SOC 투자 및 사회복지 확충 등에 3,668억원을 신규 배정했다. 그러나 신규 배정된 예산은 대부분 지역 선심성 예산이라 할 수 있다. 불요불급하거나 예산 배정 순위가 뒤쳐지는 사업을 예산을 삭감한다면서 집어넣은 것이다. 특히 효과가 의문시되는 농어가 부채경감 예산을 3,071억원이나 집어넣어 예산으로 농어촌 주민들의 표를 사려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했다. 국회 심의에서 들어간 신규 SOC 사업도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책정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정재홍기자JJ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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